방북 미 전문가 "북, 여전히 자립경제 치중"

MC:

최근 방북한 미국의 경제 전문가는 북한 관리들로부터 경제 현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개혁의 가능성을 추진하기보다 내부 자원을 이용한 자립 경제에 치중하는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앞으로 경제 정책과 관련 기관의 변화 가능성 경제 관리에 관한 방향 등에 있어 개혁․개방의 징후는 발견하지 못했고 여전히 기본적인 생산을 기초로 한 자립 경제를 선호하고 있다고 세계은행 동아태 담당 부총재의 고문을 지낸 미국의 브래들리 뱁슨(Bradley Babson) 씨가 밝혔습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뱁슨 전 고문은 지난 9월 북한을 방문해 북한 외무성 관리, 경제 정책 담당자 등을 만나 북한의 경제 체계와 조건, 역할 등 일반적인 내용과 현재 북한이 직면한 경제적 도전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고 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습니다. 하지만, 이들로부터 경제 정책의 심각성과 근본적인 정책 변화의 필요성 등을 감지하지는 않았다고 뱁슨 전 고문은 전했습니다.

오히려 개혁․개방보다 내부 자원을 이용해 생산력을 높여 북한 내부의 수요를 채우는 데만 치중하는 듯 보였다는 게 뱁슨 전 고문의 설명입니다.


Bradley Babson:

경제 체계를 어떻게 보는지, 직면한 경제적 도전에 어떻게 접근하는지 등 경제에 관한 일반적인 대화를 나눴지만 어떻게 해야 북한 경제가 올바로 작동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모습은 보지 못했습니다. 단지 내부 자원을 이용해 생산 능력만 높이고, 외부 투자만을 받아 북한 경제에 이용하려는 모습, 이것은 진정한 개혁․개방이 아니고, 경제 제도가 확립됐다고도 볼 수 없습니다.

함께 북한을 방문했던 미국의 존 델러리 박사도 북한의 경제정책 입안자와 대화를 나누면서 북한이 경제 개혁에 관해서는 미진한 느낌을 받았다고 지난 5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또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과 경제협력을 원하면서도 완전한 개혁․개방보다 생산, 제조업 등 기본적인 경제활동에 더 치중하려는 움직임을 감지했다고 들루리 박사는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뱁슨 전 고문도 북한이 개혁․개방보다는 경제 관리 체계의 현대화나 (modernizing economic management system) 과학 기술의 발전, 대풍 그룹의 역할을 통한 외부 투자의 유치와 관리 등에 더 관심이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북한의 경제 사정은 화폐개혁 이후 지난해보다 더 후퇴했으며 2012년 강성대국이라는 확실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경제 전략을 다시 모색해야 하지만 새로운 김정은 후계체제에서 이마저도 불투명하다고 뱁슨 전 고문은 지적했습니다.


Bradley Babson:

김정은의 후계체제에서는 군과 당을 통해 정통성을 먼저 회복하려 하고, 개혁 성향의 젊은 사람이 없어 당분간 개혁․개방은 힘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훗날 체제가 탄탄해지면 김경희, 장성택 등을 통해 경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무언가는 하지 않을까... 저는 이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 대학의 수전 셔크 국제분쟁협력연구소(IGCC) 소장, 들루리 박사 등과 함께 방북한 뱁슨 전 고문은 북한 측 인사들과 만나 정치, 핵 문제가 아닌 경제 현안과 민간 차원의 경제 교류에 관해서만 논의했다며 앞으로 북한이 어떤 경제 정책을 펼쳐갈지가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