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제 내년엔 더 어려워진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경제 여건이 악화하고 있고, 북한 내부의 구조적인 문제가 조만간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내년도 북한 경제는 올해보다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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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화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지난 2일 싱가포르와 '투자 장려와 보호에 관한 협정'을 조인하고, 각 도의 탐사관리국 내 지질 탐사대 활동을 통해 많은 지하자원 매장지를 찾아내고, 내년 2월부터 경제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고 주민들을 설득하는 등, 심각한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경제는 크게 세 가지 이유에서 올해보다 내년에는 더욱 나빠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했습니다.

첫째는 갈수록 떨어지는 원자재의 가격 때문입니다.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세계적 불경기로, 원자재의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아연의 경우, 한때 가격이 크게 올라 북한의 월간 수출액이 1천만 달라까지 육박했지만, 10월 현재 가격이 30% 이상 하락하면서 600만 달라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투자은행가 출신으로 미국 평화연구소 (USIP)에서 한반도 실무 자문단을 이끌고 있는 존 박 박사는 4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석탄, 아연, 철광석, 니켈 등은 북한 전체 수출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이 주요 수출품의 가격이 내려가면, 북한의 경제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John Park: I would paint a picture of a difficult economic situation made worse by dwindling prices on these mineral commodity exports, but even if these commodities are doing well...(북한의 광물 수출품의 가격이 점차 내려가면서 북한의 경제 상황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봅니다. 이 원자재 가격이 그리 떨어지지 않는다고 해도, 중국으로 주로 수출하고 있는 구조라, 중국 경기가 위축되고 있는 이상, 수출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두 번째는 북한의 취약한 항만, 통신, 전력, 도로 등 사회 간접자본 시설 때문입니다. 최근 들어 싱가포르, 이집트, 중국, 유럽의 여러 국가들이 대북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대부분 제한적이고 소규모인 데다, 도로와 전력이 턱없이 취약해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따라서 사업이 일단 시작됐다 해도, 정작 완성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셋째는 북한의 폐쇄적 경제 정책 때문입니다.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악화설 속에 김 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실질적으로 북한을 통치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는 가운데, 장성택 행정부장이 북한에 절실한 경제 개혁을 단행할지는 미지수로 남아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이 비록 미국 정부의 테러 지원국 명단에서 해제됐고,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내년에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 막상 북한에 국제 자본의 투자가 이어지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입니다.

서울에 소재한 통일연구원의 박형중 선임연구위원입니다.

박형중: 지금 북한 정국을 장성택 씨가 주도한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이 장성택 씨가 하는 경제 정책을 보면 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는 정책을 많이 취했거든요. 북한 무역 상인들을 탄압한다든지, 기업 개혁 조치를 취소한다든지, 북한 주민들이 경작하고 있는 소토지를 없앤다든지 하는 정책을 취해왔습니다.

미국 평화연구소의 존 박 박사는 현재의 북한 경제 상황을 ‘사막’으로 비유하면서, 북한이 원하는 외국 투자나 국제 차관을 끌어들이려면, 경제 전반에 걸쳐 (system-wide) 다양한 개혁 조치를 취해야 하고, 특히 북한 고위층의 신속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