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반짝’ 평양 전기사정 다시 악화

지난달 8일 밤 평양시내에서 조선노동당 창립 65주년 기념 축포가 밤하늘을 수놓고 있다.
지난달 8일 밤 평양시내에서 조선노동당 창립 65주년 기념 축포가 밤하늘을 수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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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표 대회와 당 창건 65주년을 맞아 평양과 신의주 등 북한 대도시의 전기 공급이 한동안 원활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굵직한 행사가 모두 마무리된 요즘, 전기 사정은 다시 행사 이전 수준으로 악화되었다는 소식입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이달 초 친지방문차 중국에 나온 평양 주민 주 모 씨는 “평양의 전기사정이 도로 옛날로 돌아갔다”고 자유아시아 방송(RFA)에 전했습니다.

신의주에 사는 친척과 대화를 나눴다는 북한 출신 화교 장 모 씨도 “당의 큰 행사를 전후해서 좀 나아졌던 신의주 전기사정이 이달부터는 종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는 얘길 전해 들었다”고 말합니다.

주 씨와 장 씨의 말처럼 8월부터 10월 하순까지 평양이나 신의주 등의 전기사정은비교적 괜찮았습니다. 북한을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이 가장 많은 시기이고 특히 당 대표자 대회와 당 창건 기념행사 등 북한의 최대 정치행사가 줄줄이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정 때문에 한시적으로 전기를 특별 공급한 사정을 주민들도 잘 알고 있지만 모처럼 만에 좋아진 전기 공급이 계속 이어지길 기대했다는 것이 주민들의 얘기입니다.

그러나 주민들의 간절한 소망을 저버리고 전기 사정이 예전 수준으로 돌아가자 “조선에서 하는 일이 그러면 그렇지 제대로 되는 일이 어디에 있겠느냐”고 자조 섞인 말로 당국을 원망하는 실정입니다.

특히 신의주 일대는 지역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9월과 10월 두 달 동안 밤새도록 전기가 들어올 정도로 전기사정이 좋았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주민들은 수풍댐 물이 만수위가 된 탓에 전기 발전량이 많았고 이번 여름, 홍수 피해복구를 위한 당국의 배려가 있었던 것으로 짐작합니다.

신의주 주민 조 모 씨는 수해를 당한 후 사용할 연료가 유실되는 바람에 전열기 제품 사용을 어느 정도 용인해줬는데 조만간 ‘전기 밥 가마’ 같은 전기제품 사용이 또 다시 금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평양은 수도라는 측면에서, 또 신의주는 단동과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중국을 마주보고 있는 최대 변경도시임을 감안해 타 지역보다는 전기 공급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지역에서조차 가정에서 이용하는 용량이 적은 전기제품마저 마음 놓고 이용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북측의 이런 전기 사정과 묘하게 대조를 이루는 것은 중국 단동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압록강 대교의 화려한 야간 조명입니다. 당초 중국은 다리의 중간지점 국경선까지만 조명을 설치해 불을 밝히다가 보기가 흉했는지 2009년 가을부터 다리 전체에 화려한 조명을 설치해 형형색색의 전등이 눈부시게 밤을 밝히고 있습니다. 물론, 이 조명에 들어가는 전기는 모두 중국 측에서 공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