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경 기자가 보도합니다.
캐나다의 민간단체 ELIC (English Language Institute in China) 는 지난달 말 캐나다 인으로 구성된5-6명 규모의 영어 원어민 교사단을 북한에 파견했습니다. ELIC의 게리 로시(Gary Lausch) 담당자는 영어 원어민 교사단은 앞으로 3주 동안 주로 평양에 있는 대학 교수와 영어 교사들을 대상으로 영어 교육법과 영어회화를 가르친다고 말했습니다. 로시 씨는ELIC가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 북한 당국의 요청에 따라 비정기적으로 영어 교사를 파견해 왔고 이와 함께 북한 당국이 지정한 학생과 전문가들을 캐나다로 초청해 영어 연수를 시켜왔다고 설명했습니다.
로시 씨는 북한인들의 캐나다 연수와 관련한 구체적 정보는 민감한 사안이기에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하고, 북한 학생들은 현재 홈스테이, 즉 캐나다인들의 가정에 기숙하면서 캐나다 교육 기관이 마련한 영어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대북 지원을 하는 미국의 민간단체도 올해부터 북한에 영어 원어민 교사를 파견하는 사업을 확대합니다 이 단체의 관계자는 조심스러운 사업이라는 이유로 단체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하고 평양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용영어를 교육하기 위해 파견 교사를 증원하고 교육 기간도 연장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조한범 박사: 영어는 사실상 북한으로 보면 여러 가지 면에서 실리가 있는 언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외화 획득이 가능한 분야에서 종사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에 이념적인 차원과는 달리 실리적인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죠. <br/>
정부의 예산으로 북한에 영어 교육을 지원하는 영국은 이미 지난해 말 북한 측의 요청으로 당초 지난해 종료하려던 영어 원어민 교사 파견 사업을 오는 2010년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했고 북한에 파견하는 영어 원어민 교사의 수도 늘린 바 있습니다.
앞서 캐나다의 비정부기구 게인 (GAIN : Global Aid Network) 도 북한과 합의에 따라 지난 2005년 이후 중단됐던 영어 원어민 교사를 파견하는 사업을 올해부터 다시 시작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평양금성학원의 컴퓨터 수재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오는 9월부터 12월까지 영어 회화를 가르칠 예정입니다.
북한이 조심스럽게나마 전문가들과 학생들을 영어권 국가로 연수를 보내고 또 캐나다와 영국, 미국 등 영어권 국가에서 영어 교사들의 영입을 확대하는 이유는 국제 관계에서 영어의 유용성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 연구원 조한범 박사의 말입니다.
조한범 박사: 영어는 사실상 북한으로 보면 여러 가지 면에서 실리가 있는 언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외화 획득이 가능한 분야에서 종사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에 이념적인 차원과는 달리 실리적인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죠.
지난 2004년 평양에서 교수와 대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던 캐나다인 영어 교사 제이크 불러(Jake Buhler) 씨는 자유아시아 방송(RFA)와 한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엘리트들은 국제사회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영어가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확고했으며 북한 당국도 영어 교육과 해외 유학을 적극 권장했다고 말했습니다.
Jake Buhler: 북한 당국의 요청으로 외국으로 공부하러 가는 학생, 연구원, 교수들의 유학 서류 준비를 도와준 적이 있습니다. 해외 유학을 계획하던 학생들은 저에게 영어는 물론 해당 국가의 문화와 사회, 정치 체제에 대해서도 강의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영어와 국제사회에 대한 그들의 관심은 매우 높았습니다.
과거 북한은 영어를 적국의 언어로 간주하고 영어의 사용을 철저히 금지했습니다. 북한은 영어로 된 책, 신문, 광고, 영화, 노래는 물론 영자가 쓰여 있는 옷도 자본주의 문화의 산물이라며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 북한 젊은이들 사이에서 한국의 드라마나 가요가 유행하면서 영어의 사용이 늘고, 중국이나 한국에서 유입된 영자가 새겨져 있는 옷은 공공연하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탈북자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영어 교육과 함께 유입될 가능성이 있는 외부의 문화와 정보를 차단하는 데 여전히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북한에 영어 교육을 지원하는 단체의 관계자들은 지적했습니다. 영어 원어민 교사들이 진행하는 수업에는 항상 북한 당국의 감시요원들이 참관하며 교재의 선정이나 수업 내용도 북한 측의 지시와 허가가 필요한 사안입니다. 북한 당국은 또 평양에서 일할 영어 원어민 교사의 자격에 매우 까다로운 조건을 달고 있으며 특히 한국계이거나 한국말 구사가 가능한 교사에게 비자 발급을 거부한 사례도 있다고 일부 관계자는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