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차 확산하는 북조선 붕괴론 Q/A

북조선이 붕괴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요즘 국제 사회에서 자주 나옵니다. 북한이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인민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가운데에서도 더는 체제를 유지하기가 어려운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북조선이 결국 붕괴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국제 사회에서 자주 나온다는데 우선 어떤 내용인지부터 소개해 주시지요?

기자:

몇몇 중요한 사례가 있습니다. 미국과 영국의 유력한 일간 신문 월 스트리트 저널(WSJ)과 파이낸셜 타임즈(FT)는 31일 김정일 정권이 붕괴할 위기를 맞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두 신문은 김정일 체제가 그동안 나온 붕괴 전망을 무색케하며 존속해 왔지만 이젠 존속에 의구심이 들게 한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국제위기감시기구(ICG)는 15일 북조선 내외의 여러 조건이 결합하여 북조선에 예상치 못한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밖에도 미국 국무부의 필립 크롤리 공보 담당 차관보는 26일 북한이 현재 국내외의 좋지 않은 여건으로 체제 긴장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위에 나온 사례는 북한이 현재 체제를 고수하면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궁극적으로는 붕괴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로 모두 귀착합니다.


앵커:

위에 든 사례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기자:

WSJ은 체제 붕괴로 가는 몇몇 요인을 꼽았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악화, 화폐 개혁의 실패와 시장 폐쇄 이후에 나타난 기아 및 불만 세력의 증가, 휴대전화 등장으로 외부 정보의 차단 실패와 같은 내부 요인과 유엔의 대북 제재와 같은 외부 요인 등입니다. FT는 김 위원장이 가는 길은 통로가 없는 막다른 곳이라고 지적했습니다. ICG의 전망은 구체적입니다. 북한은 유엔의 제재로 무기 수출의 길이 막혀 외화를 조달하지 못하고 국제 사회의 대북 지원은 이른바 ‘지원국의 피로’ 때문에 줄어들었습니다. 만성적인 식량난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의료 체계는 무너졌고 실패한 화폐 개혁에다가 권력 이양까지 겹쳤습니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는 1990년대의 아사 사태가 또 발생할 수 있다고 ICG는 전망합니다. 미국 국무부는 북한이 경제 실책을 최근 저지르는 바람에 북한 인민의 생활 수준은 더욱 악화했다고 논평했습니다.

앵커:

그러면 한국의 대북 전문가도 국제 사회의 전문가와 비슷한 견해를 내놓고 있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와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소가 19일 강원도 양양에서 개최한 ‘남북관계 전문가 초청 대토론회’에서 그런 견해가 나왔습니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북한은 일정 기간 버텨낼 수 있다고 설정해 놓은 기간이 소진한 상황에 직면했다”면서 “올해 초부터 북한 체제가 종전 궤도를 이탈하고 있어서 연내로 미증유(未曾有)의 북한 사태를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도 “북한과 미국의 대립이 격화할 경우 김 위원장이 통제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고 말하고 “북한의 후계 구도도 역시 급변 사태로 확산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만큼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류길재 경남대 교수도 “북한의 급변 가능성이 최소한 20%는 넘어섰다”고 전제하고 “급변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북한이 중국의 지원을 받는다면 급변 사태가 임박하지 않는다”며 “북한을 압박만 하면 강경 대응을 유발할 뿐이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한국 정부는 북한 붕괴론이 자주 나오는 데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나요?

기자:

한국 정부는 가속화하는 북한의 불안정 상태에 유의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화폐 개혁을 실시한 이후 경제난이 더욱 심해지는 데다 김 위원장이 핵 포기를 결심하지 못하는 상황이 겹쳐서 체제가 더욱더 불안정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따라서 대북 접근과 관련해 6자회담을 통한 북핵 문제의 해결보다 급변 사태를 대비하기 위한 관련국 간의 공조에 무게를 더 두려는 입장입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최근 일어나는 북한 상황의 전반에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와 함께 작년에 군사 계획인 ‘작전계획 5029’를 만들어서 북한의 급변 사태에 대비한 준비를 마쳤으며 행정 계획인 ‘부흥’도 마무리지었습니다. 이런 일련의 대비는 급변 사태가 이젠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라는 방증입니다.

앵커:

한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에서 이런 이야기가 자주 나오는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기자:

북한이 체제 유지의 한계 상황까지 갔다는 인식 때문입니다. ‘마지막에 놓은 지푸라기에 낙타의 등이 부러졌다’는 영어 속담이 있습니다. 낙타가 막중한 무게를 견디다가 마지막에 놓은 가벼운 지푸라기 때문에 결국엔 등이 부러졌다는 말입니다. 북한도 이처럼 마지막 지푸라기를 놓기 전의 낙타와 같은 상황에 있습니다. 북한이 전제정치로 국민을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외부 소식을 통제해서 인민을 ‘우물 안 개구리’로 만든다고 해도 그 상황을 이젠 지속할 수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무리 북한이 철저한 일인독재 국가라고 해도 인민이 이 한계 상황을 마냥 견딜 수만은 없다고 국제 사회는 보고 있습니다. 마지막 지푸라기로서는 ‘4-6월 춘궁기에 나타나는 50만 톤의 식량 부족, 남한과 중국 등에서 오는 외부 지원의 불충분, 김 위원장에 대한 인민의 불만 확산 등을 현재 시점에서는 꼽을 수가 있습니다.

앵커:

중국은 북조선과 오랜 동맹 관계로 그동안 급변 사태에 관한 언급을 자제해 왔습니다. 이 같은 상황을 맞아서도 그런 방침을 계속 유지할 수 있나요?


기자:

그 같은 중국의 태도에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은 공식적으로는 이런 문제를 논의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가운데 한국, 미국과 함께 북한의 급변 사태를 논의하는 데 참여하고 있습니다.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원(CICIR)은 올해 한국, 미국과 연쇄 회의를 열고 북한의 체제 붕괴 및 대규모 난민 사태에 대비책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이런 사례는 중국도 북한의 급변 사태를 이젠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방증으로 보입니다. 미국 해병대지휘참모대학의 한반도 전문가 브루스 벡톨 박사는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중국은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북한의 급변 사태를 미국, 한국 등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북한 노동당 비서였다 남한으로 온 황장엽 씨는 31일 미국 수도 워싱턴 DC에서 강연하면서 급변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을 아주 낮게 봤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기자:

주요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북한 정권의 명맥을 장악한 중국이 북한을 계속 지지한다는 점, 김 위원장을 반대할 큰 세력이 없다는 점과 군대, 경찰과 적위대 등 독재를 실시하는 사람의 숫자가 일반인보다 많다는 점입니다. 황 씨는 내부 분열을 기대할 수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북조선 붕괴론의 확산과 관련해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