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꼬이는 북조선의 식량 사정 Q/A

북한의 식량난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우선 한국의 국회가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는 문제를 한국 해군 함정인 천안함의 침몰 원인이 밝혀진 뒤에 논의하자는 입장입니다. 또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도 북조선이 비핵화를 계속 거부하는 한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갈수록 혼미한 북조선의 식량 사정을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우선 한국 국회가 대북 식량 지원에 관한 논의를 보류했다는 내용부터 설명해 주시지요?

기자: 22일 한국 국회의 외교통상통일위원회는 '대북 쌀 지원 촉구 결의안'을 상정과 동시에 보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결의안은 한국 정부가 북한에 쌀 40만 톤을 지원하는 데 즉각적으로 나서라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작년 9월 야당 의원들이 이를 발의할 때만 해도 결의안은 상정만 되면 처리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그러나 여당인 한나라당 의원들이 "천안함 사건이 진행 중인 시점에서 대북 지원은 적절치 않다"는 견해를 제시했습니다.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도 상황이 상황인지라 이에 전혀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인도적인 목적'과 '남한의 쌀값 안정'이란 이유를 들어 북한에 쌀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앵커: 이런 데다가 세계적인 기업가 겸 자선사업가인 미국의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북한에 대한 지원에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지요. 무슨 내용인가요?

기자: 한국 미국 중국을 비롯한 20개 선진국과 신흥국의 모임인 G-20이 저개발국의 식량난을 해소하고 농업을 지원하기 위해서 8억8천만 달러 규모의 '농업식량안보기금'을 22일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서 출범시켰습니다. 여기에는 지원 단체인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대표인 게이츠 회장이 국가 이외의 단체를 대표해 창설 회원으로 참가했습니다. 게이츠 회장은 행사에 참석한 뒤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농업 개선과 관련해 지원을 하는 데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습니다. 북조선은 투명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지원된 돈을 제대로 운영할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게이츠 회장의 견해는 국제 사회가 북조선을 보는 단면입니다.

앵커: 북한의 식량 사정과 관련해 남한 당국에서 나온 이야기도 있습니까?

기자: 22일 한국 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북한의 춘궁기에 식량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는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북한이 군량미를 풀었기 때문입니다. 안보 부서 당국자는 "북한이 군량미까지도 꺼내는 사태를 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주민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고 논평했습니다. 13일 한국 통일부는 화폐 개혁 직후에1킬로그램당 20원이었던 쌀값은 3월 중순 1000원 대까지 올랐다가 4월 초엔 500-600원 대까지 떨어졌다고 국회에 보고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북한의 현재 식량 사정은 어떻게 나타나고 있습니까?

기자: 한국 통일연구원에서 근무하는 박형중 박사가 낸 추계를 보면 북한의 식량 사정을 알 수 있습니다. 우선 북한의 2010년도 식량 부족분은 약 100만 톤 내외로 추정됩니다. 수요량은 520만-550만 톤, 생산량은 411만 톤입니다. 여기에다 북한은 매년 20만 톤을 수입했습니다. 북한이 자체적으로 공급하는 양은 모두 430만 톤 가량입니다. 따라서 총수요량과 총공급량의 차이, 즉 부족분은 약 90만-120만 톤으로 나타납니다.

앵커: 국제 사회가 전망하는 북한의 식량 사정은 어떻게 나타나고 있나요?

기자: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올해의 식량 부족분을 125만 톤으로 추산하고 북한이 작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확보한 곡물이 부족분의 8%에 불과해 올해 식량난이 극심해 진다고 전망했습니다. 비팃 문타폰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3월 15일 북한 당국이 작년 장마당을 폐쇄하고 텃밭을 이용한 소규모 농업을 금지한 이후 식량 사정이 더 악화했다고 진단했습니다. 한편 영국의 일간 신문 파이낸셜 타임즈(FT)는 3월 4일 세계 각국의 기부가 급감하면서 유엔 산하의 세계식량계획(WFP)이 북한에 하는 식량 지원이 7월부터는 중단될 수도 있는 상황까지 왔다고 보도한 바가 있습니다. 기부가 급감한 이유는 다음의 몇 가지입니다. 북한이 작년 3월 미국의 식량 배분을 감시하기 위해 들어온 한국어 통역자를 배제했고 4월과 5월에는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을 감행했기 때문입니다.

앵커: 북한 당국은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노력하는 사례가 있습니까?

기자: 올해 1-2월 사이에 김 위원장은 상반기 안에 무조건 국가의 식량 공급을 정상화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알려졌습니다. 국방위원회가 북한의 모든 무역 기관과 외화벌이 기관에 식량 수입을 확대하는 명령을 하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북한은 올해 들어서는 곡물 수입분을 평년보다 앞당겨 확보하려고 적극 나서는 동향이 포착됐다고 대북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더 구체적인 사례로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권태진 박사가 내놓은 분석이 있습니다. 권 박사는 "북한이 1월 중국에서 수입한 곡물은 모두 1만3천834톤으로 지난해 동기와 대비해서 258%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통계는 북한이 식량 공급을 늘리려는 좋은 사례로 보입니다.

앵커: 북한 주민이 맞고 있는 극심한 식량난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나요?

기자: 화폐 개혁 이후 식량난 때문에 아사자가 수천 명 발생했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남한 인권 단체인 '좋은벗들'의 이승용 사무국장은 3월 16일 "당 중앙경제정책검열부가 1월초부터 26일까지 주민 실태를 조사한 결과 굶어 죽었다는 직보가 2천 건 이상, 굶어 죽기 직전이라는 보고가 5천 660건 이상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얼마 전 평양을 방문했던 재중 동포는 "평양의 고층 아파트에서도 굶어 죽거나 얼어 죽은 노약자들이 발생했다"고 전했습니다. 수도 평양에서 아사자가 발생했다는 주장은 처음으로 나왔습니다.

앵커: 이런 상황에서 북한 당국이 식량난을 타개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무엇입니까?

기자: 비핵화를 향한 일정한 조치를 취하고서 국제 사회의 지원을 받는 일입니다. 국제 사회는 인도적인 견지에서 북한에 식량을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북한이 비핵화를 향해 이렇다할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북한이 이런 방향으로 나간다면 2010년의 식량 부족분은 거의 해결할 수가 있습니다. 우선 한국이 쌀 40만 톤과 비료 30만 톤을 다시 지원할 계획입니다. 중국도 20-30만 톤의 식량을 지원할 수가 있습니다. 미국도 작년 3월 북한의 거부로 전달하지 못한 식량 30만 톤을 줄 수 있습니다. WFP도 자체적으로 10만 톤을 지원할 능력이 있습니다. 그러면 국제 사회의 지원분은 부족분을 메울90-100만 톤에 이릅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갈수록 꼬이는 북한의 식량 사정에 관해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