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작 북한’ 내년에도 식량난 예상하는 이유는?

북한의 금년도 농사가 대풍을 이뤘다는 북한 내부 보도와 외신들의 보도가 잇따라 나왔지만 정작 북한의 주민들이 체감하는 내년의 식량 사정은 별로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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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의 보도입니다.

중국을 오가며 장사를 하는 화교인 장성화(가명) 씨는 "금년도 농사가 날씨가 좋아서 작년보다 잘 된 것은 사실이지만 큰물 사태로 농사를 망친 작년과 비교했을 때 나은 것이지 평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보면 된다."고 자유아시아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평양에 거주하는 장 씨는 그러면서 "작년에는 워낙 식량사정이 어려워 군량미까지 방출했기 때문에 비어있는 2호 창고를 우선적으로 채우고 난 뒤에 남은 곡식으로 일반 백성들이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내년에도 식량사정도 어려울 것이 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식량 배급사정이 가장 좋다는 평양의 경우, 지난 11월부터 기업소에 출근하는 사람들에게는 1일 기준 700g, 일을 나가지 않는 가정주부들, 노약자, 어린아이들에게는 600g, 400g, 300g등으로 차등해서 배급소에서 1kg에 700원 정도 주고 쌀과 잡곡이 6;4정도로 섞인 양곡을 살 수 있는 배급표를 보름 단위로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이런 배급이 내년 가을 추수철까지 계속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올해 북한의 식량 생산과 관련해 북한 당국의 공식적인 발표가 없는 가운데 세계식량계획(WFP)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올해 북한의 식량생산량을 도정하기 전인 조곡 기준으로 작년 생산량 360만 톤보다 17%늘어난 421만 톤을 생산했다고 밝혔고, 러시아 소리방송은 지난해보다 7% 늘어난 430만 톤의 알곡을 생산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농업부의 리일섭 대외협력국장은 지난 10월 중국의 신화사통신 기자와 함께 황해북도 협동농장의 추수 현장을 둘러보는 자리에서, "올해 북한의 식량생산량은 지난해보다 17%보다 증가한 468만 톤에 이를 것"이라고 밝혀 세계식량계획과 유엔 식량농업기구, 러시아소리방송이 발표한 수치와 비교해 40만 톤 이상의 차이를 보였습니다.

식량농업기구(FAO)는 북한의 내년도(곡물회계년도; 올해10월~내년10월) 식량 수요를 약 513만 톤으로 보고 있습니다.

식량농업기구는 국제사회의 무상지원이 기대되는 45만 톤과 북한이 수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50만 톤을 감안하더라도 약 84만 톤의 식량이 부족할 것으로 추정해 내년도 북한의 식량 사정도 그리 밝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남한의 민간 대북지원 단체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내년에도 북한 식량사정이 밝지 않겠지만 북한이 식량문제를 타개하는 데는 올해보다는 좀 유리 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지난해의 경우, 식량 작황이 좋지 않아 중국 정부가 식료품 가격의 안정을 위해 식량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바람에 북한이 중국에서 식량 수입을 할 수가 없었지만, 올해는 중국의 농산물 작황이 사상 최대의 풍년이 들었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수출 금지를 계속 연장할 것으로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수출 금지를 해제한다 해도 재정이 열악한 북한이 부족한 식량을 50만톤 이상 수입 초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내년에도 북한의 식량사정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