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어민들 “해안경비대에 돈 줘야 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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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 자기네 앞바다에서 마음대로 물고기조차 잡을 수 없는 것이 북한 어민들의 실정입니다. 최근에는 수산사업소나 심지어는 무역기관 어선들까지 해안경비대에 돈을 줘야만 바다에 나갈 수 있다는데요.

가뜩이나 어려운데 입어료까지 바쳐야 하는 북한 어민들의 기막힌 사연,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어민의 밥벌이에 도움이 될만한 낙지(오징어)철이 한창이지만 어부들은 한숨만 나옵니다. 배가 있어도 바다에 나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몇 해 전부터 잡은 물고기를 받는 대가로 어민들의 고기잡이를 허용하던 북한 해안경비대가 화폐개혁 이후에는 노골적으로 현금만을 요구해 돈 없는 어부들은 고기잡이 나갈 엄두를 못 낸다는 것입니다.

최근 함경북도 청진시에 사는 한 소식통은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을 수 있게 좀 도와 달라”면서 어로작업을 할 수 없는 안타까운 심정을 하소연했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해안경비대에 바칠 돈이 없어 한창 물고기를 잡아야 할 성어기에 대부분의 어부들이 바다를 바라보며 한숨만 쉬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신 도시의 돈 많은 장사꾼들이 바다의 일정구역을 독점하고 어부들을 고용해서 고기잡이에 나서고 있는 실정입니다.

북한에서는 어부들이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으려면 인근 해안경비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최근에 배를 이용한 주민들의 탈북이 늘면서 출어 허가 받기가 한층 어려워졌습니다.

어부들이 일단 해안경비대의 승인을 받아 바다에 나갔다 해도 지정한 경비구역 내에서만 물고기를 잡아야 하는데 만약 조금이라도 실수를 해 이웃 해안경비대 경비구역에 들어가면 잡은 물고기를 모두 빼앗기는 것은 물론 배까지 압류 당한다는 얘기입니다.

소식통은 “이전에는 바다에 나가는 대가로 잡은 물고기를 7:3으로 해안경비대와 나누었는데 최근에는 경비대가 물고기는 받지 않고 무조건 현금만 요구한다”며 “군인들의 경우 잡은 물고기를 현물로 받아도 처리하기 곤란하기 때문에 돈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또 식량가격이 오르면서 경비대에 바치는 써비(뇌물로 주는 돈이나 현물)도 올랐다면서 “5톤 잡이 어선이 하룻밤 바닷가에 나가 낙지를 잡으려면 현금(북한 돈) 1만원, 중국인민폐로는 500원을 경비대에 바쳐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라진-선봉시에 있는 선봉수출수산사업소의 한 간부도 해안경비대의 이러한 횡포에 대해 확인해주었습니다. 이 간부는 “개인들은 물론 수산사업소나 무역기관 같은 국가기업소 어선들이 바다에 나가려고 해도 해안경비대에 통행세를 바쳐야 한다”며 “만약 돈을 바치지 않으면 정기훈련이나 비상경계태세를 구실로 바다에 나가지 못하게 막는다”고 증언했습니다.

선봉 수출수산사업소의 경우 대부분 러시아쪽 공해에 나가 고기잡이를 하지만 해안경비대 경비구역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통행료를 바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는 “우리 수산사업소의 경우 해안경비여단에 매달 부식물로 물고기를 일정량 대주어야 하고 별도로 여단장에게 매달 20만원씩 바쳐야 한다”며 “그 외에도 공해상으로 나가려면 대초도 기지를 지나야 하기 때문에 기지장에게도 한달에 10만원씩 바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북한어민들을 수탈하고 있는 해안경비대는 중국 어선들에 대해서는 제한적인 감시권만 있을뿐 통제권이 없어 불법조업을 방관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중국 어선들은 떼로 몰려와 어족 자원이 풍부한 북한해역의 물고기들을 싹쓸이해가는 실정이라고 소식통들은 강조했습니다.

바다를 통한 주민들의 탈북을 막기 위해 취한 북한군부의 조치가 군 간부들의 배를 채워주는 수단으로 이용되면서 어민들은 물론 대다수 주민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