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국제 사회의 지원을 받지 못하면 올해에는 100만-120만 톤 가량의 식량이 부족하다고 알려졌습니다. 매년 반복되는 식량난은 원인을 추적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전제 통치라는 구조적인 모순에서 나옵니다. 따라서 지금의 북한 정권이 지속하는 한 그 해법이 쉽사리 나오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이에 관한 내용을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얼마 전 한국의 연구기관이 북한의 식량 사정에 관해서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다고 하지요. 우선 그 내용부터 소개해 주시지요?
기자:
8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내놓은 보고서가 있습니다. ‘2010년 북한의 식량 수급 전망’ 이라는 보고서를 보면 작년 가을부터 올해 여름까지 생산될 북한의 곡물 생산량은 도정한 정곡 기준으로 380만-400만 톤으로 추산됐습니다. 반면 올해 북한의 곡물 소요량은 523만 톤으로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120만-140만 톤 가량이 부족합니다. 북한이 통상적으로 수입해 오는 식량을 20만 톤으로 잡는다해도 역시100만-120만 톤 정도가 부족합니다.
앵커:
한국의 정부 기관인 농촌진흥청에서도 비슷한 통계를 내놓은 적이 있었지요. 거기에서는 북한의 식량 사정이 어떻게 나타나 있습니까?
기자:
농촌진흥청은 이런 보고서가 나오기 약 1개월 전에 북한의 식량 부족분을 이와 비슷하게 추산한 통계를 발표했습니다. 그 통계에는 북한이 2010년에 부족한 식량이 129만 톤으로 나와 있습니다. 수요량은 540만 톤, 생산량은 411만 톤이어서 부족분이 이렇게 추산됩습니다. 이 정도의 분량은 북한 주민 전체가 약 4개월간 소비한다고 합니다. 농촌진흥청이 예상하는 식량 부족분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추계보다 좀 많습니다. 북한 당국은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생산량을 501만 톤으로 보고했습니다. 이것은 생산 추정치 411만 톤보다 무려 90만 톤이나 많습니다. 이는 도정하지 않은 식량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나왔다고 보입니다.
앵커:
북한에서 식량난이 심각해 아사자 발생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는데 현황이 어떻습니까?
기자:
상황이 대단히 좋지 않다고 전해집니다. 한국의 대북 인권단체 ‘좋은벗들’이 11일 전한 소식이 있습니다. 신의주 시당 조사에 따르면 2월 20일 현재 아사자 약 300명이 발생했으며, 식량이 없어서 굶어죽게 된 집만도 약 1천세대에 이른다고 알려졌습니다. 또 이 단체의 이승용 사무국장은 16일 “화폐 개혁이 실패로 돌아간 이후 식량난이 심각해 순천, 덕천, 평성 등 북한 전역에서 수 천 명이 굶어 죽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앵커:
북한 당국이 아사자가 속출하는 상황을 맞아 이 같은 식량 부족을 그냥 좌시하고만 있을 수는 없는 처지입니다. 식량을 확보하기 위한 어떤 조치가 있었나요?
기자:
몇 군데에서 그런 움직임이 감지됩니다. 우선 한국에서 나오는 25일자 동아일보 보도가 있습니다. 이 신문은 북한이 매년 중국에서 조달해온 식량을 예년보다도 더 많이 확보하려고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전했습니다. 12일자 연합뉴스 보도는 이보다 더욱 구체적인 사례입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권태진 글로벌협력연구본부장에 따르면 북한이 올해1월에만 중국에서 수입한 곡물은 1만3천834톤으로 작년 동기의 3천869톤과 비교해서 3.6배 증가했습니다. 탈북자 모임인 ‘NK지식인연대’는 북중 국경에서 북한의 식량 수입이 증가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와 함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월 말 평양에서 열린 ‘경제일꾼 협의회’에 나와서 “어떤 일이 있어도 올해 상반년도까지 국가의 식량 공급을 정상화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래서 국방위원회는 모든 무역기관과 외화벌이 기관에 식량 수입을 확대하라는 명령을 하달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국은 북핵 문제에서 진전이 없으면 식량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또 세계식량계획(WFP)은 올해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을 줄인다는 계획입니다. 따라서 북한은 중국을 통해서만 유무상 형식으로 식량난을 해결해야만 하는 입장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매년 되풀이되는 북한의 고질적인 식량난은 그 원인이 어디에 있습니까?
기자:
우선 북한의 폐쇄 체제에서 오는 전반적인 경제 침체에 원인이 있습니다. 경제가 돌아야 농사에 필요한 비료, 농기계, 기름이 공급되는데 이런 물품이 적시에 공급되지 않으니 농업 분야의 생산성이 올라갈 리가 없습니다. 이것은 농업 분야의 침체를 가져옵니다. 그 결과 경제 침체와 농업 침체의 악순환만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더 멀리 보면 이런 현상은 북한이 민생 위주의 경제 정책보다 핵무기와 대량 살상 무기의 개발, 선군정치 등과 같이 체제 위주의 경제 정책을 펴왔기 때문에 일어났습니다. 북한이 인민의 복지와 후생을 위해서 예산을 쓰기보다는 일인전제(專制) 체제를 수호하는 데 역점을 두고서 예산을 집행해 이 같은 문제를 야기했습니다. 또한 생산적인 투자에 쓰여야만 하는 돈이 특권층의 환심을 사려는 호화 선물을 구입하는 데에 불필요하게 돌려지는 점도 문제입니다. 호화 선물은 물론 체제 수호와 관련이 있습니다. 북한 정권이 이런 상황에서 체제 위주보다는, 인민을 위한 민생 위주의 경제 정책을 펼치지 않는 한 식량난은 이처럼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해결될 전망이 거의 없습니다.
앵커:
그런데 북한의 식량난을 해결하려 한다면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가나요?
기자:
한국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조명철 연구위원이 내놓은 추계가 있습니다. 조 연구위원은 북한의 식량난을 해결하려면 매년 식량 200만 톤을 수입하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태국산 쌀의 가격으로 8억 달러면 이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또 에너지난을 해결하는 데 드는 기름과 금액은 300만 톤과 18억 달러라고 합니다. 그런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개인 비자금은 현재 40억-43억 달러로 추산됩니다. 영국 신문 텔레그래프는 14일 이를 40억 달러로 전했습니다. 그러니 김 위원장은 이 돈으로 북한의 식량난과 에너지난을 단기적으로는 해결할 수가 있습니다.
앵커:
북조선에서 수많은 인민이 앞으로 굶어 죽지 않게 하려면 북한 당국이 단기적으로는 어떤 조치를 현재 시점에서 취해야만 합니까?
기자:
우선 대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비축미를 풀어 인민에게 나누어 주는 일입니다. 군부대 또는 주요 기관을 위해 쌓아 놓은 식량은 이 같은 식량난에 큰 도움이 됩니다. 또 대외적으로는 남조선을 비롯한 국제 사회에 식량 지원을 요청해야 합니다. 남조선을 비롯한 여러 나라는 북한 요청이 있으면 대규모의 식량 지원을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국제 사회가 북핵 문제의 진전에 맞춰 식량을 지원한다는 데 있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 당국이 장마당의 기능만을 정상적으로 돌려 놓아도 인민이 굶어 죽는 사태까지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입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북한의 고질적인 식량난에 관해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