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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로 피바다 가극단에서 무대에 올린 가극 ‘홍루몽’의 중국순회공연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작 북한 주민들속에서는 ‘홍루몽’ 중국공연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는 소식입니다.
개방된 사회를 이해하지 못하는 북한 지식인들의 생각, 문성휘 기자가 알아보았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로 피바다 가극단에서 제작한 가극 ‘홍루몽’이 오는 18일, 대련에서의 공연을 마지막으로 말 많던 중국순회공연의 막을 내립니다.
피바다 가극단이 준비한 가극 홍루몽은 지난 5월 초,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할 당시 함께 동행해 북경공연을 시작으로 중국대도시 순회공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초 김위원장이 북중 수뇌회담 후에 호금도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와 함께 관람할 계획이었지만 회담에서 기대할만한 성과를 얻지 못한 김위원장이 일찍 떠나면서 동반 공연관람도 무산된 것으로 보도되었습니다..
이후 피바다 가극단은 외화를 벌기 위해 중국 여러 도시를 돌면서 순회공연을 시작했으나 터무니없이 비싼 입장료 때문에 논란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본 중국인들은 북한식의 독특한 예술기법으로 현대인의 감정에 맞게 개작된 중국고전 홍루몽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중국 현지에서 홍루몽이 이렇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정작 그를 바라보는 북한 주민들의 시선은 아주 차갑다는 것 입니다.
10일, 자유아시아방송과 전화로 연결된 신의주 거주 백모씨는 “경희극 ‘산울림’공연이 황해북도 사리원을 시작으로 황해남도와 평안남도를 거쳐 이제 곧 신의주에 들어오게 된다”면서 “중앙당 선전선동부와 문화성이 중국서 성공한 가극 홍루몽도 지방순회 공연을 하자고 제의했지만 도당책임비서들의 완강한 반대로 파탄됐다”고 밝혔습니다.
백씨에 의하면 홍루몽의 순회공연을 부결시킨 도당책임비서들의 회의는 지난 6월 20~22일 사이에 있었던 것으로 노동당 정치국이 ‘당대표자 회의를 결정했다’고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시각과 일치됩니다.
도당책임비서들이 홍루몽의 순회공연을 반대하는 이유는 북한이 지금까지 진행해 온 우리민족제일주의 교육과 민속전통교양에 전면 배치된다는 것이며 더욱 중요하게는 홍루몽의 개작을 계기로 노세대들과 지식인, 대학생들 속에서 당국에 대한 불신이 도를 넘어섰다는 판단때문 이라는 전언입니다.
이에 대해 함경북도 회령시 김정숙 교원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최모씨(가명)도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우리에게도 춘향전이나 심청전을 비롯해 좋은 고전작품들이 있는데 왜 하필 중국 작품을 가지고 공연해야 하느냐”며 “아무리 사대매국행위를 한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자존심을 버릴 수가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는 식량난으로 경제도 무너지고 사상도 붕괴되고, 그나마 문화적 자존심만큼은 유지하고 있는 줄을 알았는데 이제는 그 문화마저도 지킬 수 없게 됐다며 오직 자존심 하나만으로 버텨온 우리 인민들의 가슴에 ‘홍루몽’ 공연은 큰 상처를 남겼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홍루몽의 공연은 우리 대학생들에게 이 나라의 앞날이 무엇이고 우리가 지켜온 가치가 무엇이었는지를 심각하게 되돌아보게 한 계기였다고 개탄했습니다. 그는 또 60년대를 경험한 늙은이들이나 지식인들도 홍루몽이 공연된다는 말에 ‘이젠 갈데까지 다 갔다’고 가슴을 쳤다고 전해 폐쇄된 사회에서 살고 있는 북한 주민들이 외국 작품을 주제로 한 가극을 만들데 대한 김정일의 지시를 사대굴종으로 받아들이며 반발하고 있음을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