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북 병원...마취 않고 수술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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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이 15일 북한의 보건 의료 상황이 의약품과 의료기기의 부족으로 심각하다는 보고서를 내놓자, 북한의 의료실태에 대해 잘 아는 미국의 전문가도 열악한 보건 실태에 대해 지적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15일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한국지부는 북한에서 의약품이 턱없이 부족해 외과수술을 마취 없이 실시하는 경우도 있고 주사기, 병상 등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등 공공의료 체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내용의 ‘북한 건강권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앰네스티 인터네셔널의 캐서린 베이버 아시아ㆍ태평양 부국장은 2004년부터 2009년 사이에 탈북해 한국에 정착한 40여 명과 이들을 치료한 한국의 의료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보고서를 발표하고 "북한은 주민의 가장 기본적인 건강ㆍ생존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워싱턴 지역에 거주하는 의사출신 탈북자 서진숙 씨는 평양의 고급병원에서 조차 마취도 하지 않고 임신중절수술을 한다고 밝히고 특히 추운 겨울날 전기가 공급되지 않아 석유등잔불 밑에서 산모가 출산한 경우도 있다고 심각한 전기부족으로 인한 어려움도 전했습니다.

심지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제일 자랑스러워하는 평양산원에도 혈압계가 두 개 정도 밖에 없고, 또, 병원 전체에 일회용 고무장갑이 5짝밖에 없어서 환자를 내진할 때마다 의사가 고무장갑을 물과 소독약에 헹구어서 몇 번이고 다시 사용한다고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서씨는 태어난 지 한 달 갓 지난 동생이 열이 나서 지방병원에 갔는데 체온계를 찾아 병원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3시간이 걸렸다면서 북한의 병원에서 기본적인 의료용품 부족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지적했습니다. 또한, 서씨는 의사들도 생계가 어려워지면서 담배나 술 등 뇌물을 받고 환자에게 좀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해주는 관행이 널리 퍼져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최근 북한에 의료 봉사를 갔던 익명을 요구한 미국의 의사도 북한 의사들의 의술은 미국 의사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지만 낙후된 시설 때문에 간단한 수술마저 힘들다고 전했습니다. 이 의사는 병원 시설이 마치 30년~40년 전의 미국 병원을 연상할 정도였다고 말하고 초음파 기기와 같은 첨단 장비는 물론이고 현미경, 장갑, 주삿바늘 등 모든 물품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이라고 밝혔습니다.

1년에 수차례 북한을 방문하는 구호단체 대표도 북한에서 “공공의료체계가 무너졌다(Universal Health System is broken)”고 말하고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이 없이는 전염병과 영양실조 등으로 고통받는 북한 주민을 구할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탈북자로 미국 북한인권위원회(Committee for Human Rights in North Korea)의 방문연구원으로 있는 김광진 씨도 심각한 북한 의료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김 연구원:

북한이 옛날부터 자랑해오던 의료체계가 붕괴될 대로 붕괴됐죠. 정말 한심합니다. 피묻은 솜을 끓여서 다시 사용하고, 국제사회가 지원한 일회용 주사기도 재활용해서 쓰고요. 수술 도중에 전기사고가 나서 중단하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고요.

김 연구원은 의사들에게 연중 두 차례 각각 1주일 정도 약초를 캐서 진료소나 병원에서 약품을 생산하도록 지시하는데 위생상태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아서 병균을 먹는지 약을 먹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