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비핵화보다 관계 정상화가 우선" - 오바마 행정부에 ‘선수’

오바마 차기 미국 행정부의 출범을 일주일 남겨 놓고 북한이 13일 외무성 담화를 통해 비핵화보다 관계 정상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오바마 행정부를 겨냥한 ‘협상 전술’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변창섭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낸 데이비드 스트라우브(David Straub) 스탠퍼드대 아태문제연구소 한국학 부국장은 "북한의 이번 주장은 과거 몇 년간 유지해온 입장과 상당히 일치한다"면서 "시기적으로 지금 이런 주장을 펼친 의도는 오바마 차기 행정부와 협상을 앞두고 사전 포석을 깔기 위한 데 있다"고 풀이했습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무부 북한 담당관을 지낸 케네스 퀴노네스 박사도 비슷한 견햅니다.

Ken Quinonnes: I think it's basically a tactic aimed at one, trying to set the agenda, but also at the same time, to draw out and find out ...(북한이 기본적으로 두 가지 목적, 즉 협상 의제를 사전에 정하는 동시에 오바마 새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려는 전술로 본다.)

국무부 정책기획국장을 지낸 미첼 리스(Mitchell Reiss) 윌리엄 & 매리 법대 교수는 “북한은 과거 역대 미국 행정부를 상대로 이번과 비슷한 수법을 사용한 적이 있다”면서 “오바마 차기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사전에 협상 의제를 선점하려는 술수”라고 지적했습니다. 리스 교수는 특히 “북한이 관계 정상화 문제에 치중할 경우 기존의 6자회담에서 검증 협상이 지연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이 같은 협상 전술이 오바마 차기 행정부에 먹혀들 수 있을지에 대해 앞서 언급한 전문가들은 대체로 회의적입니다. 무엇보다 핵 비확산에 대한 오바마 차기 행정부의 의지가 상당히 강하기 때문입니다. 퀴노네스 박사의 분석입니다.

Dr. Quinonnes: I just heard Hillary Clinton tell the Senate Foreign Relations Committee that she intends to strengthen the global nuclear non-proliferation regime...(오늘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클린턴 국무장관 지명자가 범세계적인 핵 비확산 체제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이건 북한에 좋은 뉴스가 아니다.)

미국 외교협회(CFR) 게리 새모어 부회장도 오바마 차기 행정부는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에 앞서 핵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Dr. Gary Samore: The Obama administration will go into the talks with exactly the opposition position...(오바마 행정부는 정반대 입장을 갖고 협상에 임한다는 점을 북한이 알 필요가 있다. 즉 관계 정상화와 평화조약에 앞서 비핵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이다.)

새모어 부회장은 이어 “미국이 북한과 연락사무소를 개설하는 문제에 관해 얘기를 시작했다”면서 “문제는 검증 의정서에 관한 작업이 끝나기 전에 연락사무소 개설에 관한 합의를 하느냐 여부지만 부시 행정부는 검증 의정서부터 마무리 짓자는 입장이었고, 오바마 행정부도 같다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스트라우브 전 국무부 한국과장은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종전처럼 현안을 잘게 쪼개서 협상하는 ‘살라미’(salami)전술을 계속 구사할 것”이라면서 “이 같은 북한의 협상 전술에 맞서 오바마 행정부가 얼마나 과감히 외교적으로 북한을 압박할 수 있을지 두고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