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상류층, 한국 드라마에 심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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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관료와 군 장교를 포함한 상류층이 집 밖에서는 당과 정부를 찬양하지만,집 안에서는 자체 발전기를 돌려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시청하는 등 한류에 심취해 있다고 인민보안부 간부 출신의 탈북자가 증언했습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당 간부와 고위층 관료 등 상류층이 집에서 노골적으로 한국의 텔레비전 드라마와 영화를 즐기고 있다고 전직 인민보안성 간부 출신의 탈북자가 20일 증언했습니다.

인민보안성 감찰과장으로 일하다 탈북해 2008년 2월 한국에 입국한 김영철(가명) 씨는 이날 캐나다의 토론토에서 열린 '제10회 북한인권 난민문제 국제회의(한국 북한인권연합/캐나다 한보이스 공동 주최)'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말했습니다.

김영철 씨: 봉쇄하면 할수록 자유세계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관심은 더 커지는 법입니다. 북한의 엘리트들은 집에서 노골적으로 한국 드라마 시청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엘리트들의 집에는 밤마다 갑작스레 일어나는 불심검문이 없기 때문입니다.

김 씨는 북한 상류층의 한국 드라마와 영화에 대한 애착은 안정적인 전력 확보를 위해 집에서 자체 발전기를 돌리는 데까지 이어진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씨는 회견 뒤 RFA 자유아시아방송에 자신 역시 집에서 겨울연가, 유리구두, 올인 등 한국 드라마를 접했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는 매우 절친한 동료들과는 한국 드라마의 내용을 소재로 서로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씨는 이 밖에 북한 당국이 2002년 당시 태국의 록슬리퍼시픽그룹이 투자한 동북아전화통신회사를 통해 휴대전화 서비스를 개통하면서 인민보안성에 한국의 삼성 애니콜 휴대전화를 지급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자신의 부서에도 폴더 방식의 애니콜 휴대전화 3대가 지급됐지만 중계시설이 열악해 산악지대에서는 전화가 잘 끊어지는 등 불편을 겪었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특히 북한 당국이 당시 당 조직과 국가보위부, 인민보안성 등에 공무용으로 지급한 휴대전화를 한 대당 7백 달러(사용료는 무료)를 받고 개인에 팔도록 한 뒤 2004년 용천역 폭발 사고 이후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횡포를 부렸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북한이 휴대전화 사용을 2008년 4년 만에 재개통 한 데는 국가보위부 소속 전파감시국을 통해 휴대전화 도청 체계를 확립했기 때문이라며 현재 수천 명의 교환수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일정이나 반체제 움직임과 관련한 통화 내용을 집중 도청중이라고 폭로했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또 2007년 4월 탈북해 이듬해 3일 한국에 입국한 여성 탈북자 김미란 씨가 탈북 뒤 중국 공안에 붙잡혀 강제로 북송된 뒤 증산 교화소에서 겪은 3년 간 복역 생활을 생생히 증언해 회견장을 숙연하게 했습니다.

김미란 씨: 먹을 게 없어 개구리와 메뚜기까지 다 잡아먹었습니다. 병든 여자들을 치료 대신 발가벗겨 화장실 옆에 눞혀 놓으니 온 몸에 파리떼가 들끓고…체격이 큰 사람이 죽으면 작은 구덩이에 몸을 꺾어서 파묻습니다. 두 번 죽이는 격이죠.

김 씨는 자신처럼 먹고 살기 위해 목숨을 걸고 북한을 떠나온 탈북자를 중국이 강제 송환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도록 캐나다를 포함한 국제사회가 압력을 가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캐나다의 주요 방송, 신문 등 언론이 대거 참석해 탈북자 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