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열리는 조선노동당 대표자회가 관심을 끕니다.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이 '최고지도기관의 선거'를 위한 대표자회를 소집한다고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눈에 들어오는 대목은 '선거'입니다. 이 선거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세째 아들 김정은 씨가 책임 있는 당직을 맡는다면 이는 후계 세습의 공식화를 의미합니다. 이에 관한 내용을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앵커: 북한 노동당의 대표자회가 44년만에 열립니다. 이 회의가 어떤 성격의 회의이며 특별히 주목을 받은 이유는 후계 세습과 관련이 있다고 보이기 때문입니까?
기자: 노동당 대표자회는 최고지도기관인 당 대회와 당 대회 사이에 당 중앙위원회가 필요에 따라 여는 회의를 말합니다. 노동당 규약은 이 회의가 당의 노선과 정책 및 전략/전술의 긴급한 문제들을 토의/결정한다고 정했습니다. 이 회의가 주목을 받는 이유가 있습니다. 후계 세습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열리는 이번 회의를 통해서 김정은 씨가 노동당의 핵심 당직을 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회의는 그러면 후계자 지명을 공식화하는 계기가 됩니다. 그 때문에 대표자회가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회의의 초점은 후계 세습과 관련한 인사에 있습니다.
앵커: 이전의 대표자 회의에서 어떤 사항이 결정됐길래 상당수 대북 전문가가 이번 대표자회를 후계 세습과 관련 있는 회의로 보고 있습니까?
기자: 1958년 제1차 회의는 인민경제 5개년 계획, 당의 통일과 단결을 더욱 강화하는 문제, 당조직 문제를 의제로 다루었습니다. 또 1966년 제2차 회의는 현정세와 당의 과업, 사회주의 경제 건설을 위한 당면 과업, 월남 문제에 대한 성명 채택 등을 논의했습니다. 따라서 제3차 회의도 당규에 따라서 이 같은 '긴급한 문제'를 토의하고 결정하기 때문에 후계자 세습을 위한 인사를 얼마든지 토의/결정할 수 있습니다. 김 위원장이 후계 체제를 공고화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고 대표자회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 9월에 소집된다고 일단 관측됩니다. 1993년 12월에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6기 21차 전원회의를 끝으로 이렇다할 노동당 행사는 없었습니다. 그 같은 상황을 놓고 볼 때 대표자회와 현안인 후계 세습은 일단 맞물려 있다고 관측됩니다.
앵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후계 세습의 실례입니다. 따라서 그 실례는 3대 세습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김 위원장은 어떤 절차를 밟고 공식적인 후계자로 선정됐습니까?
기자: 김 위원장은 1974년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정치위/현재의 정치국 위원으로 비공개로 선임됩니다. 그러다가 1980년 제6차 당 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당 중앙위원/당 군사위원 등으로 지명돼 공식적인 후계자로 나섰습니다. 김 위원장은 당시 김일성 주석, 오진우 인민무력 부장과 함께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올라가서 당권을 장악했습니다. 현재 정치국 상무위원은 김 위원장뿐입니다. 세째 아들이 이번에 중요 당직을 맡을 경우 아버지처럼 당권을 자연스럽게 장악하게 됩니다. 따라서 김정은 씨가 이번에 주요 직책에 선임되는지를 눈여겨봐야 합니다.
앵커: 그렇다면 세째 아들이 당의 주요 직책에 선임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습니까?
기자: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에 30일 과거 후계자를 암시했던 '당 중앙'이라는 표현이 다시 등장한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당 중앙'은 1974년 2월 11-13일 열린 당 중앙위원회 5기 8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후계자로 내정된 직후에 노동신문 사설에서 후계자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등장한 바가 있습니다. 사례를 들면 노동신문은 1974년 2월 14일 사설에서 "위대한 수령님의 부르심과 당 중앙의 호소를 받들고"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 노동신문은 30일 사설에서 "당 중앙의 두리(주위)에 단결하고 단결하고 또 단결해야 한다"고 다시 '당 중앙' 표현을 썼습니다. 이와 함께 한국 통일부의 관측도 있습니다. 통일부는 30일 정책자문회의를 열고 "김 위원장이 80년 열렸던 당 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임명됐다"면서 "9월 열리는 노동당 대표자회를 권력 구도와 후계 체제의 측면에서 주목한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한국 언론 매체의 보도를 보면 김 위원장의 세째 아들인 김정은 씨가 작년 3월에 실시된 12기 최고인민회의 선거에서 대의원으로 뽑혔다고 전해졌습니다. 이것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기자: 북한 사정에 밝은 서방의 대북 소식통이 28일 서울에서 기자들과 만나서 이를 밝혔다고 알려졌습니다. 김정은 씨는 216 선거구에서 대의원으로 당선했다고 전해졌습니다. 216은 김 위원장의 생일인 2월 16일을 의미합니다. 북한 당국은 작년 3월 9일 12기 대의원 687명의 명단을 발표하면서 216 선거구 대의원을 '김정'으로 밝혔습니다. '김정'은 김정은을 의미한다는 추론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세째 아들이 대의원을 맡고 있다면 공식 직위를 갖고 활동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 영자 신문 차이나 데일리의 중국어판 중국일보(中國日報)는 5일 216선거구의 '김정' 당선자는 유명한 작가로 세째 아들과 관련이 없다고 전했습니다.
앵커: 이 소식통이 북한 내부의 상황에 관해서 밝힌 다른 이야기도 있나요?
기자: 이 소식통은 현재 북한 체제를 일종의 집단 체제라고 진단하고 김 위원장이 사망한 이후 군부 체제가 등장하며 군부가 세째 아들을 상징적으로 내세운다고 전망했습니다. 북한 군부와 김 위원장은 2008년 말 군부가 대외강경책을 유지하는 대신 세째 아들로 내려가는 권력 승계를 인정하는 방식으로 거래를 했다고 분석했습니다. 현재 김 위원장은 선군(先軍) 정치라는 이름 아래 군부와 협조함으로써 완전한 1인 독재를 하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은 이 상황에서는 사망할 때까지 계속 지위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습니다.
앵커: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번 당 대표자회에서 김정은 씨가 공식 후계자가 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를 내놓고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은 무엇입니까?
기자: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아버지 밑에서 황태자 생활을 10년 정도나 오래 했기 때문에 세째 아들이 빨리 후계자가 되기는 힘들다고 전망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북한이 강성대국 진입의 원년으로 선언한 2012년에 7차 당 대회를 열고 후계자를 선정할 수도 있습니다. 김정은 씨가 이번에 주요 당직을 맡기보다는 측근이 후계 체제의 공식 출범을 위해 주요 당직에 진출할 수도 있습니다. 이와 함께 김정은 씨가 유엔의 대조선 제재, 만성적 경제난과 천안함 사태까지 겹친 뒤숭숭한 상황에서 후계자로 등극하기는 모양새가 그리 좋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세째 아들이 이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등극한 뒤에도 경제가 개선되지 않고 체제 이탈이 일어날 경우 앞으로 통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런 상황을 바라지 않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북한의 현안인 후계 세습과 9월 상순 44년만에 열리는 조선노동당 대표자회의 상관 관계를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