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지도자 해외순방은 주민에게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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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통령이 해외 순방길에 올라도 남한사회가 평상시와 같은 여유로운 일정을 보내는 것과 달리 북한의 상황은 판이한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TV앵커: 이명박 대통령이 유엔 총회연설과 G20 금융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에 도착했습니다.

20일 이명박 대통령은 뉴욕에서 진행되는 G20 금융정상회의에 참가하기 위해 5박 6일 일정으로 미국 방문길에 올랐습니다.

이 대통령은 방문기간 호금도(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하토야마 일본 총리와 연쇄 회동을 갖고 북핵문제 해법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폭넓은 대외활동을 펼치게 됩니다.

한편 한국 국회는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열고 그의 자질과 도덕성을 검증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한국에서는 대통령이 해외방문길에 올라있는 동안에도 평상시와 같은 일정을 차질 없이 소화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모습은 가까운 이웃인 북한과 판이한 대조를 이룹니다.

최근 몇 년 동안 김정일 위원장이 외국에 나가는 일이 거의 없어졌지만, 과거 중국이나 러시아를 방문할 때 북한사회는 초긴장 상태를 유지해왔습니다.

북한의 인민보안성, 국가안전보위부 등 통제기관들은 김 위원장이 해외방문에 오르면 으레 특별경비주간을 선포하고 숙박검열, 열차단속 등을 강화한다고 보안원 출신 탈북자는 말합니다.


“불순적대분자들의 책동이 있을까봐 (김정일)없으면 더 보위하기 위해서 저녁에 숙박검열도 하고 그러지요. 내적으로 적들의 움직임이 있을까봐 중앙에서 내려와요, 보안성으로 (특별경비 지시를)내리고, 보위부는 보위부대로 받고 그래요.”

김 위원장이 가까운 중국을 방문할 때는 비공식 방문으로, 심지어 권력기관에도 알려주지 않고 특별경비만을 실시합니다.

그러나 러시아와 같이 먼 곳을 갈 때는 수십일 동안 특별경비를 실시하기도 합니다.

지난 2001년 7월 김 위원장이 24일 동안 열차를 타고 러시아를 방문할 때도 북한은 최대의 특별경비를 실시했습니다.

평양시를 비롯한 전국의 대학들은 특별경비 주간을 선포하고 “아버지 없는 조국을 더 잘 지켜야 한다”면서 야간에 김일성 연구실과 강당, 교실 경비를 섰다고 지난해 북한을 떠나온 한 대학생 출신 탈북자는 말했습니다.

당시 특별경비에 동원되었던 평양 의학대학의 한 학생은 술을 마신 것이 문제가 되어 6개월 동안의 강제노동에 처해지기도 했다고 이 탈북자는 말했습니다.

북한의 이러한 관행은 외부의 영향을 두려워서가 아니라 내부의 반란이 두렵기 때문이라고 김승철 북한 개혁방송 대표는 말합니다.

“김일성이 1956년 소련을 방문할 때 북한 국내에서 김일성 반대하는 세력들이 김일성 제거하려고 쿠데타를 꾸미려고 했는데, 반대파들을 숙청하면서 그 이후부터 해외에 나갈 때면 반드시 경비를 강화하고 긴장상태를 고조시켜서 반체제적 움직임을 사전에 방지하려는 체계를 갖춰 왔지요.”

이때부터 북한 주민들은 지도자가 해외방문길에 나서면 여행증을 발급해주지 않아 마음대로 여행을 할 수 없었고, 밤마다 잦은 숙박검열 때문에 빈번히 잠을 설쳐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