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후계 구도를 연구하는 호주 의회조사국의 제프리 로버트슨(Jeffrey Robertson) 선임연구원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이후 누가 권력을 세습하더라도 순조로운 권력 이양은 힘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최근 '북한의 정치적 변화'란 보고서에서 북한의 후계 구도를 분석한 로버트슨 연구원은 일단 김정운 후계자설을 믿지도, 그렇다고 부인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후계자설에 관한 소문 자체가 그만큼 북한 사회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북한의 정치적, 사회적 불안정이 그대로 함축되어 있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세습에 따른 원만한 권력 이양은 불투명하다고 로버트슨 연구원은 덧붙였습니다.
로버트슨 연구원은 이전에는 김일성 전 주석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김 위원장이 후계자가 되는 것을 북한 사회와 주민들이 당연히 받아들일 만큼 명백한 사실이었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김 위원장은 차기의 북한 후계자로서 20여 년 간 권력을 하나로 모아 지도자의 입지를 다지는 데 주력했지만 지금의 세 아들은 그런 준비가 전혀 없었고, 앞으로 하기에도 너무 늦어 순조로운 권력 세습이 이뤄지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Robertson: It is too late for Kim Jong-Il to designate a successor and ensure a smooth transition.
특히 셋째 아들 정운이 후계자에 지목됐다 하더라도 은둔 정치를 펼치고, 건강이 좋지 않은 김 위원장에게서 정통성을 확보하고 권력을 집결하는 데 수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고 오히려 정치적 꼭두각시(political puppet)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습니다.
미국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Ken Gause) 대외지도자 연구 국장도 전혀 지도자 수업을 받지 않은 김정운이 후계자에 오른다면 권력 투쟁에 휘말리게 될 것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고스 국장은 만약 김정운을 후계자로 한다는 결정 지시가 사실이라면 정운은 김 위원장의 네 번째 부인이자 개인 비서인 김 옥과 이제강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의 강한 지지를 받았을 것으로 추측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장성택 행정부장의 지지를 얻고 있는 첫째 아들 김정남의 정치적 세력이 더 강하기 때문에 권력 다툼도 예상해 볼 수 있다고 고스 국장은 설명했습니다. 결국, 순조로운 권력 세습은 어렵다는 분석입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대학의 북한 전문가 뤼디거 프랑크 (Ruediger Frank) 교수도 정운을 비롯해 어떤 아들이 권력을 물려받더라도 경제적 어려움과 건강상의 이유로 정체성을 회복하지 못하는 김 위원장이 막강한 권력을 물려주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프랑크 교수는 이 때문에 오히려 집단지도체제(collective leadership)가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도 제시했습니다.
한국의 통신사인 '연합뉴스'가 익명의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셋째 아들인 정운을 후계자로 낙점했다고 지난 15일 보도한 이후 북한의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의 정보 당국은 "김정운이 후계자가 됐다는 정보를 갖고 있지 않으며 사실 파악이 된 것도 없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