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장마당 왜 활성화 안 되나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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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화폐개혁 실패로 민생문제가 일파만파로 번지자 2월부터 장마당을 허용했지만 이미 활기를 잃은 장마당 거래는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어떤 문제 때문인지 중국에서 김 준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화폐개혁 후 민심이반에 놀란 북한 당국이 장마당 장사를 다시 허용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이는 형식적인 조치에 불과한 것으로 처음 의도했던 장마당 죽이기를 포기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여집니다.

수년째 북한과 무역 거래를 하고 있는 중국 선양의 왕 모씨는 “북한의 변경도시를 중심으로 또다시 검열선풍이 불고있다”고 25일 자유아시아 방송(RFA)에 전했습니다.

화폐개혁 후 소식이 끊겼던 신의주에 있는 자신의 대방이 “휴대폰 단속에 적발되어 휴대폰을 뺏기고 벌금을 무느라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는 연락과 함께 “비사그루빠 검열이 또 다시 펼쳐지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고 말했습니다.

왕 씨는 “이번 검열은 국방위원회 검열이라는 말도 있고 아는 사람들을 봐주지 못하도록 실시하는 다른 도(道)에서 내려온 교차(交叉)검열단의 검열 이라는 소문도 있는데 어느 것이 맞는지는 확실치 않다” 면서 “검열로 인해 장사꾼들이 숨을 죽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검열 내용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상인들이 국정가격대로 물건을 파는지, 남 조선 물건을 파는 것은 아닌지, 외화를 사용하지 않는지 등을 물건 사려는 사람으로 위장해서 암행 검열을 하고 있다”고 왕 씨는 설명했습니다.

왕 씨는 “검열에 걸리지 않기 위해 상인들이 얼굴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물건을 팔지 않고 매대(賣臺)에 간단한 물건만 내놓고 장사하는 실정인데 장마당이 제대로 돌아가겠느냐”고 말했습니다.

단동에서 북한과 교역사업을 하는 류 모씨도 “전 같으면 하루에 5,000위안 어치의 물건을 조선의 소매상들에게 넘기는데, 요즘엔 일주일에 그 정도의 물건도 팔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류 씨는 그러면서 “작년 화폐개혁 직후에 외화사용금지가 있을 것을 눈치챈 큰 손들이 중국에서 대량으로 물건을 들여갔지만 장마당 폐쇄조치와 물건값 불안정으로 인해 물건을 풀지 못하다가 이제는 단속이 두려워 숨을 죽이고 사태를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류 씨는 “장마당 검열뿐 아니라 세관검열도 하고 있다”고 말하고 “세관원들이 돈을 받고 물건을 통관 시켜주는지를 단속하지만 그보다는 세관원을 매수해서 불법통관을 알선해주는 외화벌이 무역회사가 주된 표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 이유로 “세관원들은 대부분 든든한 뒷배가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단속 대상에서는 제외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머리는 놔두고 꼬리만 자르는 격”이라고 류 씨는 지적했습니다.

이 같은 북한의 검열선풍은 “마지못해 장마당을 허용했지만 내막적으로는 북한의 장마당 죽이기가 아직도 진행형”이라는 게 북한과 거래를 하는 중국 변경 상인들의 시각입니다.

북한은 2007년도에 북한의 3대 사정기관(국가보위부, 인민보안성, 검찰)을 장악한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의 주도로 비사회주의 요소를 척결한다는 명분으로 대대적인 검열 선풍을 일으킨 이래 수시로 각종 검열을 실시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