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특권층서 평양의대 인기 급상승

앵커: 11년제 무료교육을 시킨다는 말은 북한이 체제 선전을 할 때 가장 먼저 꼽는 자랑이지요. 하지만, 북한 최고 대학인 김일성종합대학에는 전공 학부에 따라 내야 하는 뇌물이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양의학대학이 김일성 종합대학(이하 김일성대학)의 부속 대학으로 통합되면서 평양의대의 인기가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얼마 전 중국에 나온 한 북한 주민은 "평양 의학대학을 가자면 미화 4천 달러를 줘야 한다"면서 "항일투사 자녀들이나, 중앙당 간부 자녀들도 뽄트(할당률)가 없어 못 가는 판"이라고 11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이 북한 주민은 "김일성 대학은 학부 별로 다 가격이 있다"면서 "의대는 4천 달러, 어문학부나 철학부 등 사회계열 학부는 2천 달러 가량으로 정해져있다"고 말했습니다.

원래 북한에서 대학 등록금이란 말 자체는 없지만, 학생들이 대학을 입학할 때 대학 당위원회나 행정 기관에 암묵적으로 바쳐야 하는 돈이라는 소립니다.

더욱이 평양의학대학의 경우, 의술을 배우면 나중에 좋은 직장에 배치 받을 수 있는 데다, 얼마 전에는 김일성 대학에 통폐합되면서 네임 밸류, 즉 대학의 인지도도 상승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항일빨치산 연고자 자녀들이나, 돈이 있는 외교관 자녀들, 중앙의 고위간부 자녀들이 평양 의대에 경쟁적으로 지망한다는 것입니다.

한편, 김일성 종합대학 사회계열 학부는 상대적으로 인기가 저하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평양에서 나온 또 다른 북한 주민은 "평양 시당의 한 고위간부가 미화 2천 달러를 내면 아들을 김대에 붙여주겠다고 말했지만 그만뒀다"면서 "그 돈이면 장사를 해서 잘 살겠다"고 반응했습니다.

이 주민도 역시 "김일성 대학에 들어가는 '뇌물'은 대학 게시판에 공시되지 않지만, 북한 주민이라면 다 통하는 가격"이라고 말했습니다.

2천 달러는 한 달 월급을 (북한 돈) 3천 원씩 받는 북한 근로자가 근 15년 이상 먹지 않고 모아야 하는 거액입니다.

북한이 정책적으로는 대학교육을 무료로 실시하라고 하지만, 대학 교직원, 간부들도 먹고 살아야 하는 만큼 입학을 둘러싼 비리를 근절할 수 없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사연이 이러함에도 북한 언론 매체들은 김일성 대학의 훌륭한 단면만을 부각시키면서 무료교육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북한 중앙텔레비전에 소개된 한 북한 교육자의 말입니다.

북한 교육자: 김일성 종합대학을 참관하면서 많은 학생들이 이곳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의향을 표시했습니다. 그때마다 학습과 소년단 조직생활을 잘하면 누구 나다 희망하는 대로 대학생이 될 수 있다고 애기해주었습니다.

북한에서 기득권을 차지한 특수 계층 자녀에게는 그나마 교육의 기회가 차례지지만 절대 다수 주민의 자녀들은 김일성 대학의 높은 등록금 벽 앞에 머리를 숙여야 하는 숙명적인 존재에 불과하다고 탈북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주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