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색으로 소개된 북한 사진과 달리 남한의 시위대 모습은 흑백 사진으로 처리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정영 기자가 분석합니다.
북한이 발행하는 조선화보는 한 달에 한 번씩 북한의 발전상을 해외에 소개하는 사진 잡지입니다.
최근에 발행된 조선화보 11호가 얼마 전 국내에 반입됐습니다.
화보에는 60년대 세계육상계를 휩쓸었던 북한의 첫 육상 영웅 신금단에게 김정일의 생일 선물상이 수여됐다는 소식과 남한에서 지난 봄 진행된 촛불시위 사진도 여러 장 소개됐습니다.
화보에서 대조적인 점은 북한 사회를 소개하는 사진은 대부분 천연색이었지만, 남한의 촛불시위 사진은 어둡고 침침한 흑백사진이라는 것입니다.
사진 설명글에도 "경찰이 집회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학교교실에까지 뛰어들어 나어린 학생을 수업 도중에 귀를 비틀며 끌어내는 비인간적인 행위까지 저질렀다."며 "되살아나는 남조선의 파쇼통치"라고 위기감을 표시했습니다.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남한에서 있은 미국산 소고기의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시위는 북한의 악선전과는 달리 경찰이 시위대에게 쫓겨 다니고, 매를 맞는 모습이 더 많았습니다.
시위대에게 손찌검을 했다는 이유로 남한의 경찰청장이 과잉진압의 책임을 지고 국민에게 사과하고, 시위대를 밟았다는 이유로 경찰관이 옷을 벗고 법적 제재까지 받는 등 공권력이 시위대에게 당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남한에서 시위는 헌법이 정한 국민의 저항권에 속한 범주로 법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정부가 국민의 이익을 해친다고 볼 때 국민은 이를 반대해 물리적 방법으로 항거해 자기들의 이익을 지켜가고 있습니다.
남한 국민들은 인민보안서, 보위원들에게 항상 쫓겨 다니면서도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북한 주민과 달리 때로는 불법적인 방법까지 동원해 경찰과 맞서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 같은 사실은 소개하지 않고 경찰이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는 모습만 소개하고 남한에 군사독재가 다시 부활하는 것 같은 위기감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조선화보가 남한의 시위 모습을 어두운 흑백으로만 내보낸 것에도 북한의 저의가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북한 주민들은 80년대 남한의 시위 사진을 보면서 시위대들이 입은 옷과 신발에 더 흥미를 가지고 보았습니다.
자본주의 대표적 상품인 아디다스나, 나이키와 같은 미국제 옷을 입은 시위대를 쉽게 찾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네온사인이 명멸하는 남한의 거리를 천연색 그대로 보여주었다가는 큰 역효과를 낳을 것 같아 북한 매체들은 남한의 현재 발전된 모습을 흑백사진으로 만들어 내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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