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의료실태 "주민들에겐 여전히 열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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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 지난 16일 국제 엠네스티 한국지부가 발표한 북한의 보건 실태 보고서에 대해 세계보건기구가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세계보건기구는 최근 북한의 보건상황이 많이 개선되었다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과연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이 있는지 문성휘 기자가 알아보았습니다.

지난 15일, 세계 인권단체인 국제 엠네스티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북한 보건실태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 북한에서는 의약품이 턱없이 부족해 외과수술을 마취 없이 실시하는 경우도 있고 주사기 병상 등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등 보건·의료 상황이 심각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들은 탈북 주민 40여명과 이들을 치료한 국내 의료 전문가 인터뷰를 바탕으로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의약품이 없어 제 기능을 못하는 북한의 병원과 영양실조 탓에 발생하는 전염병 문제 등을 거론했습니다.

이에 대해 그동안 북한에 많은 의료지원을 해온 WHO, 세계보건기구는 엠네스티의 보고서가 과학적 근거가 없고 시대에 뒤떨어진 주장이라며 반박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 폴 가우드 대변인은 기자간담회에서 앰네스티의 보고서가 2001년 이전 상황으로 소급되는 '옛날 얘기'라고 주장하면서 북한의 의료상황이 크게 개선되었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자유아시아방송의 믿을만한 북한 소식통들은 의료상황이 개선되었다는 세계보건기구의 평가에 대해 "5%도 안 되는 특권층만을 위한 의료개선이 주민들의 건강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고 강하게 반문했습니다.

양강도 혜산시의 믿을만한 소식통은 "2000년 이전에 우리나라에 3대밖에 없다던 초음파 진단기가 도 단위 병원들 마다 한대씩 들어오고 치과설비와 렌트겐(엑스레이) 장비가 새로 들어 온 것은 사실"이라며 그런 것을 가지고 보건 환경이 개선되었다고 한다면 '숟가락이 늘었으니 밥을 풍족하게 먹는다'는 말과 다름없는 궤변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런가하면 마취제 없이 맹장수술이나 다리 절단수술까지 한다는 엠네스티 보고서 내용에도 의문을 표시했습니다. 혜산시의 소식통은 "지금 우리나라만큼 마약류가 많이 나도는 나라가 어디에 또 있겠느냐?"면서 "수술용 마취제가 없으면 가족들의 동의하에 조선에서 만들어내는 아편이나 얼음(필로폰)을 써서라도 수술을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마취제가 없을 경우 북한에 흔한 마약을 주사하고 수술을 한다는 얘기입니다.

한편 평북 신의주의 한 주민은 "마취제 없이 수술을 하다가 환자가 죽으면 의사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애초에 의사들이 마취제나 마약 없이 수술하려고 들지 않는다"며 당장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지 못할 만큼 마취제나 마약류가 비싼 것도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북한 장마당들에서 정제된 마약인 모르핀은 앰플 한개에 300원, 국소마취제인 디메드론은 200원이며 이빨을 뽑을 때 사용되는 신경마취제인 노보카인도 300원에 팔리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에 중국산 의약품들이 많이 들어오면서 마취제도 구입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하지만 그는 환자들이 수술 중에 죽는 것보다 수술 이후에 죽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수술 이후 감염을 막기 위해 페니실린 같은 항생제를 맞아야 하고 영양보충도 해야 하는데 그럴만한 약품도 치료수단도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맹장수술 환자도 한주일은 페니실린을 맞아야 하고 큰 수술을 받은 사람은 경과에 따라 한달, 또는 40일 정도 항생제를 맞아야 한다며 장마당에서 200만단위 페니실린 한대에 700원이나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환자가 병원 갈 때 약을 가지고 가지 않으면 치료받을 수가 없다고 실상을 전했습니다. 입원실도 가족들이 매일 환자를 먹일 밥을 싸가지고 가야하고 치료약도 환자가 사다가 대야하며 지어 땔감 까지도 다 대주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입원실은 단순히 침대만 빌려주는 곳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의료사정 때문에 최근에는 환자들 대부분이 의사의 집으로 직접 찾아가 치료를 받는 실정이며 의사들도 배급을 받지 못해 살기 어렵기 때문에 자기 집에서 돈을 받고 환자들을 치료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신의주 소식통은 수술의 경우에는 낙태수술이나 이빨 뽑는 것 외에는 반드시 병원에서 해야 하기 때문에 수술중에 정전이 되어 환자가 사망하는 경우도 한해에 몇 건씩 발생할 만큼 북한의 보건체계에는 아무런 진전도 없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