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가 송금한 돈 자칫하면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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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이나 중국으로 탈북한 사람들이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들에게 어려운 과정을 거쳐 성공적으로 돈을 보내더라도 송금을 받은 북한 주민들은 마음 놓고 이를 사용하기도 어려운 실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북한을 떠나 중국이나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을 위해 돈을 안전하게 전달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무사히 돈을 전달 받았더라도 후에 발각되면 외지로 추방당하거나 노동단련대로 보내지는 등 고초를 겪게 되기 때문에 마음 놓고 이 돈을 사용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과 중국을 오가며 장사를 하고 있는 북한출신화교 량 모씨(여, 48세)는 “중국의 지인들로부터 부탁을 받고 돈을 전달하는 심부름을 해주다가 적발되어 1주일간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간신히 풀려났고 이로 인해 더 이상 북한에 갈 수 없게 됐다”며 자신의 경험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했습니다.

량 씨는 “남한이나 중국에서 북한에 있는 주민들에게 몰래 돈을 전달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무사히 돈이 전달되어도 받은 사람이 조금씩 나누어 요령껏 사용하지 않고 한꺼번에 사용하다가 발각되어 돈 심부름을 해준 사람까지 고초를 겪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외부로부터 은밀히 전달된 돈은 어려운 처지의 북한 주민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잘못되어 적발당하는 경우에는 이 돈이 독약으로 변할 수도 있다”고 량 씨는 설명했습니다.

량 씨는 “형편이 어렵던 사람이 갑자기 돈을 흥청망청 쓸 경우 보위부에 불려가서 돈의 출처를 조사받게 되는데, 일단 조사를 받으면 돈의 출처는 물론 전달 받은 과정까지도 다 털어놓지 않고는 못 배긴다”며 “돈을 받은 사람은 물론 돈을 전달 해 준 사람도 돈의 출처와 액수에 따라 처벌수위가 달라진다”고 말했습니다.

“남한에서 탈북자가 보낸 돈을 받은 사람은 노동교화소감이고 중국에 머무르고 있는 탈북자가 보낸 돈을 받은 사람은 외지추방, 심지어 중국의 친지가 보낸 돈도 압수당한 뒤 벌금을 물어야 한다”고 량 씨는 설명했습니다.

량 씨는 “중국의 친척을 방문했을 때 받은 돈이나 중국의 친척이 북한을 방문해서 준 돈은 문제 삼지 않지만 중계인을 통해서 전달 받는 돈은 엄금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량 씨는 “보위부를 비롯한 단속 기관원들에게 뇌물을 주고 무마하는 경우가 있다는 소문이 있다”는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질문에 “그 말은 북조선의 사정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경우”라며 “조선은 파리보다 파리채가 더 많은 곳인데, 하나 둘도 아닌 수 많은 단속 요원 모두를 뇌물로 입막음을 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