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아, 자재라는 거야 계획에 물릴 때 다 예견해서 물려야지 갑자기 추가자재라니, 그런 주먹치기로 일하는 법이 어데 있나?"]
["계획은 제대로 세웠네. 그런데 현장에서 로동자들이 기술혁신을 하는 바람에 생산이 120프로나 늘어났지. 기술혁신을 해서 생산을 높인 탓으로 우리는 생산을 중단해야 하는가 말이야?...]
지난 2006년도 작품인 한웅빈의 소설 <행복한 결말> 의 일부입니다. 공장을 관리하는 주인공은 기술혁신으로 생산량이 늘어나 친한 친구에게 자재를 추가로 공급해 달라고 부탁하지만 계획경제를 주장하는 친구와 갈등을 빚습니다.
계획에 맞춰 생산을 해야 한다는 친구의 주장과 계획은 세웠지만 기술혁신으로 생산량을 120% 초과 달성한 생산성도 인정해 달라는 주인공의 주장은 팽팽합니다.
북한이 경제적인 측면에서 비판의 강도는 직설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북한은 계획경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 고쳐야 할 점이 많다는 것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에는 장군님의 명령대로 따라가면 해결된다는 방식이었는데, 지금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 회의시간을 줄여라, 효율에 맞는 기계부품을 사용해라 등의 구체적인 방법으로 접근하는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br/>
지난 2001년, 북한의 조선예술영화촬영소가 제작한 <부부지배인>은 북한이 설명하는 경제 방향을 잘 나타내는 대표적인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공장에서 생산한 장맛이 좋지 않아 주민들이 외면하자 생산성을 향상하기 위해 효율성이 높은 설비를 갖추고, 회의 시간을 2시간에서 15분으로 단축하는가 하면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컴퓨터로 문제를 해결하는 합리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밖에도 지난 2000년 이후 제작된 북한의 영화 중에서 <내고향 바다>, <조국땅 한 끝에서>, <봄향기> 등의 작품은 이처럼 효율적이고 기술력이 높은 생산과 제품의 품질을 개선하는 내용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단국대학교 한국문화기술연구소의 전영선 교수는 지난 2년에 걸쳐 북한의 영화와 문학을 통해 북한의 경제 방향을 연구했습니다. 전 교수는 6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한 회견에서 북한이 영화와 소설을 통해 경제적인 측면에서 사실적이고 직설적인 비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계획경제의 모순도 함께 지적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영선 교수: 북한이 경제적인 측면에서 비판의 강도는 직설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북한은 계획경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 고쳐야 할 점이 많다는 것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에는 장군님의 명령대로 따라가면 해결된다는 방식이었는데, 지금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 회의시간을 줄여라, 효율에 맞는 기계부품을 사용해라 등의 구체적인 방법으로 접근하는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 교수는 한국영화진흥위원회와 함께 지난 1995년부터 2006년까지 북한에서 만든 영화와 드라마, 소설 등 각종 자료를 연구하고 분석한 결과 경제 문제를 주제로 다룬 북한 작품이 지난 2002년, 경제관리개선조치를 발표한 이후 크게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북한 당국도 작품을 통해 계획경제의 한계를 인정하고 효율성과 실리의 개념을 북한 주민에게 인식시키는 사상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전영선 교수: (경제를 다룬 주제가) 훨씬 많이 늘었습니다. 예를 들어 사업 실적이 나쁘거나 경제적 성과가 나쁘면 열성이 부족하다거나 충성심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는데, 이제 달라진 점은 경제적인 문제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다룬다는 것이죠. 이제는 합리적인 접근으로 불평등한 요소를 없애는 방법이나 문제의 해법 자체를 경제적인 관점에서 찾고 있다는 점이 확연한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 교수는 근본적인 문제를 건드릴 수 없는 한계는 있지만 포기할 수 없는 북한의 사회주의 제도와 성과를 내야 하는 경제적 효율성의 차이가 주는 갈등을 북한의 영화와 문학 작품이 다루기 시작한 점은 눈여겨 볼 대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경제적 심각성을 제시하지만 정치 문제로 확대하지 않고 경제 문제로 처리하면서 경제 발전의 방향을 제시한 점도 최근 북한 영화와 문학의 특징이라고 전 교수는 설명했습니다.
전 교수는 북한이 영화와 문학을 주민들의 사상 교육에 이용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주민들에게 경제적 실리를 설득하기 위해 앞으로도 영화와 문학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전망이라고 말했습니다.
전영선 교수: 북한이 제한된 도구를 통해서 영화를 만들어 낼 때 당연히 국가가 우선적으로 필요한 주제를 다룰 수밖에 없고, 당분간은 경제 문제가 될 걸로 예상되기 때문에, 앞으로 북한의 문화와 예술은 경제 문제에 대한 비중이 상당히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북한 영화와 정치 관계를 연구해 온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바버라 주립대학(Santa Barbara)의 김숙영 교수는 1970~80년대의 북한 영화가 혁명 사상과 체제 유지에 초점을 맞췄다면 심각한 경제난을 겪은 90년대부터 2000년대는 국가 이익과 경제 문제, 과학 등의 주제를 다뤘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