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 북 ‘국가개발은행’ 제 역할 못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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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외국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국가개발은행’을 설립하기로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습니다. 유엔과 미국의 제재로부터 자유로운 은행이 필요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했습니다. 하지만 이 은행이 제대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핵 문제가 먼저 진척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측이 만들겠다는 ‘국가개발은행’의 목적은 국제 금융기구나 상업은행으로부터 자본을 유치해 북한 내 중요 사업에 투자하는 겁니다. 이를 위해 북측은 2006년 군부가 설립한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을 외자 유치 창구로 지정하기도 했습니다.

2012년 “강성대국”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경제적 측면에서 제도적 틀과 수단을 보완하겠다는 취지로 전문가들은 풀이했습니다. 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조봉현 박사입니다.

조봉현: 북한이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외자 유치가 급선무 사항입니다. 외자 유치를 위해서는 자금이 투자되고 수익이 나갈 수 있는, 국제 금융거래가 가능한 개발은행의 설립이 필요하기 때문에, 북한이 이번에 설립 방침을 밝힌 걸로 판단됩니다.

경제적 측면에서 2012년 목표 시한을 맞추기 위해 북측은 지난 11월 화폐개혁을 단행하고, 북한 최초의 자유무역지대인 나선시를 1월4일 ‘특별시’로 격상했으며, 미국과 한국을 상대로 경제적 실리를 챙기기 위해 유화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북측의 국가개발은행 설립 계획도 이 같은 맥락에서 지켜봐야 한다고 현대경제연구원 홍순직 박사는 지적합니다.

홍순직: 대내적으로는 계획 경제를 강화하면서도 대외적으로는 시장 개방을 통해서 북한이 중장기적으로는 후계구도를 강화하면서 경제 강성대국 2012년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마련한 일련의 계획표에 따른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경제 발전의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북측은 “형식적으로나마 국제사회의 제재 명단에 올라 있지 않은 새로운 은행의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고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설명합니다.

북측은 현재 유엔과 미국으로부터 사실상 포괄적인 금융 제재를 받고 있기 때문에 기존 은행을 통한 외자 유치는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북한에 제재를 가하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그대로 둔 상태에서 은행부터 만들고 보자는 북측의 태도는 너무 이른 감이 있다고 양 교수는 지적합니다.

양무진: 결국 북핵 문제의 진전과 북미 관계에 어느 정도 개선이 있어야 국가개발은행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북한이 세계은행(IBRD)나 아시아개발은행(ADB)에서 차관을 들여오기 위해서는 먼저 이들 금융기구에 가입해야 합니다. 하지만 국제금융기구에서 가장 큰 발언권을 갖고 있는 나라가 미국이기 때문에 북핵 문제의 진전과 미국과의 관계 개선 없이는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북한이 외자를 유치하기 위해 은행을 만들 계획을 발표하는 등 관리 가능한 수준의 개혁과 개방을 추구하고 있지만, 핵 문제의 진척 없이는 외자 유치의 희망은 요원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