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이 과도기 북한 이끌고 있을 가능성 높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북한의 차기 권력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전망이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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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와병설이 나도는 가운데 영국의 일간지 더 타임스는 김 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북한을 통치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국 언론도 고위 정보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의 최고 통수권자는 여전히 김정일 위원장이지만 현재 상황은 장성택 부장이 김정일 위원장을 대신해 북한 통치를 대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일부 언론은 장 부장이 지난 9월 중순 당과 군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핵심 권력기관인 노동당 조직지도부의 제1부부장으로 복귀했다는 북한 소식통의 말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보도와 관련해 김정일 지도체제 연구의 권위자로 꼽히는 켄 고스 미국 해군분석센터(CNA) 대외지도자 연구국장은 만일 관련 보도들이 사실이라면 장성택 부장이 북한의 과도기 지도부(transitional leadership)에서 군과 당의 인사권과 감찰권 그리고 정보기관까지 장악한 북한 권력의 핵심이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풀이했습니다.

Gause: 만일 장성택이 노동당 행정부장직을 유지한 채 조직지도부의 제1부부장에 복귀했단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 두 가지 직함을 가진 장성택은 엄청난 권력(extremely powerful)을 가지게 된 것을 의미합니다.

고스 국장은 장성택 부장이 북한을 통치하고 있다는 보도는 그동안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이상에 따라 과도기 지도부에 의해 북한이 통치되고 있다는 북한 전문가들의 주장에 신빙성을 더하는 의미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한국 정보 당국자들은 장성택 부장이 김정일 위원장의 친인척이라는 점에서 다른 인물들과 비교해 북한 권력의 핵심에 나설 수 있는 정당성을 확보했음을 강조해 왔다고 고스 국장은 말했습니다.

고스 국장은 장성택 부장이 노동당 조직지도부의 제1부부장으로 복귀했다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장 부장의 경쟁자로 알려진 이제강 제1부부장이 여전히 건재한지 아니면 축출 당했는지 여부가 의문이라면서 이제강 부부장이 최근 상당 기간 북한 언론에 노출되지 않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의 래리 닉시 박사도 장성택 부장이 북한의 과도기 집단 지도부의 지도자로서 김정일 위원장이 매일 해 오던 주요 의사결정을 대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Niksch: 지난 8월 중순 이후 9월 말까지 북한 지도부의 의사 결정구조가 마비된 것 같이 보였습니다. 그 기간 북한 지도부에서는 핵문제와 관련된 결정을 비롯해 아무런 중요한 결정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닉시 박사는 지난 달 북한 핵문제 협상을 위해 미국의 힐 국무부 차관보가 북한을 방문했을 때 북한 군부에서 이찬복 판문점 대표가 처음 핵협상에 등장한 사실과 최근 남북 군사대화에서 북한 군부가 개성공단과 금강산 문제 등 비군사적인 문제를 거론한 것은 북한에 과거와 다른 종류의 의사결정 구조가 생겼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영국 BBC 방송에 출연해 최근 북한 당국이 내놓고 있는 김정일 위원장 사진의 진위에 의심을 표시했던 영국 리즈(Leeds)대학의 북한 전문가 에이단 포스터-카터 연구원도 장성택 부장이 북한의 권력 핵심으로 부상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습니다.

Foster-Carter: 장성택 부장이 현재 북한을 통치하고 있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입니다. 저에게 확실한 관련 정보는 없지만 그럴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한편, 포스터-카터 연구원은 장성택 부장이 현재 김정일 위원장을 대신해 북한을 통치하고 있다 해도 김 위원장이 실제 사망한 이후에는 북한에 큰 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자신의 후계구도나 북한의 경제개혁, 그리고 핵무기 포기 여부 등 중요한 문제에 대해 확실한 결정을 미뤄왔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사망한 이후에는 누가 권력을 잡든지 간에 이런 문제들에 대한 확실한 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고 이에 따른 여러 갈등과 혼란이 야기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포스터-카터 연구원의 주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