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6자회담 재개에 먼저 안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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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측이 "6자회담의 재개를 위해 먼저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발언은 중국 측이 북핵 회담의 재개 문제를 놓고 미국 측과 협상을 진행한 직후에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6자회담 재개에 자신이 있다”는 중국 측의 발언이 나온 지 하루만에 북측 당국이 엇박자 행보를 시작했습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31일 조선중앙통신과의 문답에서 미국이 대북 ‘적대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 같은 상황에서는 6자회담의 재개를 위해 “일방적으로 한발자국도 먼저 움직이는 일은 꿈에도 있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내용만 놓고 보면 과거 북측의 상투적 주장에서 달라진 게 없습니다. 하지만 이날 북측의 발언은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가 미국까지 날아가 회담의 재개를 위한 적극적 중재 노력을 기울인 뒤 나온 것이어서 주목됩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 기본적으로 북한의 입장은 크게 변한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당분간 이런 상황으로 간다면, 북한과 중국, 그리고 미국과 한국의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전제 조건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조속한 6자회담의 재개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전문가들은 북측이 지난 6월 국방위원회 대변인의 ‘중대담화’ 발표를 통해 김정은 정권의 대미 정책을 사실상 공표했다고 해석합니다. 6월 16일 ‘중대담화’에서 북측은 평화체제 문제를 논의할 당국간 “고위급 회담”을 미국에 제안했고, 이후부터 6자회담의 “조건없는” 재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맥락에서 볼 때, 이날 북측 외무성 대변인 문답이 중국 측의 적극적 중재 활동에 찬물을 끼얹는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북한의 대미 정책에 변화가 있다고 해석할 수준의 내용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풀이합니다.

그 내용이 미국의 “적대정책”을 거론하는 등 상투적 어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을뿐 아니라, 형식적 면에서도 가장 낮은 단계인 ‘외무성 대변인 문답’을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번 북측의 반응은 미국의 케리 국무장관이 최근 북한을 “불량국가”라고 부른 데 대한 대응 차원으로 풀이하는 견해가 우세합니다. 케리 국무장관은 지난 27일 미국의 한 행사에서 북측이 부족한 자원을 주민의 복지가 아니라 미사일 개발에 투입하고 있다면서 북한을 “불량국가”라고 부른 바 있습니다.

케리 장관의 “불량국가” 발언과 이에 대한 북측의 날선 대응으로 중국 측의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외교 행보는 외견상으로는 성과없이 끝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미국 현지 시각으로 29일 미국 측 당국자들과 만난 뒤 “지금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경로를 만들고 있다”면서 “6자회담 재개에 자신이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당국은 양측이 논의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6자회담 재개 조건을 놓고 양측의 이견이 여전한 것 같다는 추정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은 6자회담이 재개되면 비핵화 문제를 우선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북한은 비핵화 문제와 함께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문제 등도 동시에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03년 시작된 6자회담은 북한 핵 프로그램의 신고와 검증 과정에서 난관에 부딪혀 2008년 12월 회의를 끝으로 중단된 상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