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전쟁이 끝난 날을 남한에서는 '정전협정의 날'이라고 부르지요. 하지만, 북한은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전승절'이라고 부르고 있는데요, 올해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60주년 행사를 크게 치르라고 지시해 대학생들과 중학생들이 무더위 속에서 혹독한 훈련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현지 상황을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TV녹취: 북한 학생들이 폭염 속에서 아리랑 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 (아리랑 훈련 해설)사열종대를 맞춘 10대의 소녀들이 공을 던지고 그것을 따라 잡고 앞 전, 뒷전을 연거푸 합니다.
빨강깃발을 든 소녀들이 힘차게 기발을 휘두르고, 배경대를 맡은 학생들은 지휘자의 구령에 재빨리 카드번지기 훈련을 합니다.
다가오는 정전협정 체결일인 7월 27일, 이른바 '전승절'을 맞아 평양 학생들이 대집단 체조 아리랑 공연 준비에 여념이 없습니다.
중국에 나온 한 평양 주민은 "열병식 훈련에 동원된 평양시내 대학생들이 미림비행장에 모여 매일 제식훈련을 하고 있고, 또 아리랑 훈련에 동원된 중학교 학생들은 평양시 운동장과 경기장들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고 최근 분위기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이 주민은 "올해 60주년 전승절 행사를 예년에 없이 크게 준비하라는 김정은의 지시가 내려와 학생들은 농촌전투 나갔다가 돌아오는 즉시 아리랑 훈련에 투입됐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요즘 평양의 기온이 섭씨 30도를 넘나드는 데, 제일 더운 날에 훈련하느라 더위를 먹고 일사병으로 쓰러지는 학생들이 부지기수"라고 반응했습니다.
이렇게 일사병으로 쓰러진 학생들은 훈련장 근처에 있는 아파트나 나무그늘 아래서 땀을 식히거나 찬물찜질이나 겨우 해주는 정도로 열악합니다.
일사병으로 쓰러지는 학생들이 늘자, 훈련장 주변에는 항상 까까오통(얼음음료통)을 멘 얼음장사꾼들이 나타나는 데, 살림이 괜찮은 집 아이들은 4천 원짜리 까까오(얼음막대기)를 사먹지만, 돈이 없는 아이들은 맹물로 더위를 식히고 있습니다.
북한에 있을 때 아리랑공연에 동원된 적이 있다는 한 탈북여성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합니다.
"정말 죽다 살아요. 하루에 4시간밖에 자지 못해요. 그리고 행진하는 사람들은 팔에 근육이 다 떨어지고, 어떤 애들은 바지에 오줌을 싸는 사람들도 정말 많아요. 정말 강행군이요.
한편, 미림비행장에 모여 열병식 훈련을 하고 있는 대학생들도 불볕더위에도 불구하고 팔이 긴 군복을 입고 훈련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이들은 근 한 달 가까이 콘크리트 바닥에서 훈련하면서 무릎에 관절염이 생기고, 골반이 빠지는 등 혹독한 훈련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이렇게 힘들게 훈련해봐야 열병식이 끝나고 신었던 군화와 군복밖에 차례지는 게 없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대학생이나 학생들이 다 훈련에 참가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는 "돈이 있는 자녀들은 학교당국에 미화 100달러를 내고 빠진다"면서 "학교당국은 이들에게 과외공부나, 기타 과외활동에 참가한다는 명목으로 면제시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아리랑 공연에 한번 빠지자면 20달러가량 냈는데 지금은 상승했다는 지적입니다.
한 평양출신 탈북여성은 "텔레비전에 나오는 열병식 참가자들의 얼굴이 비장해 보이지만, 사실 그들 마음속에는 불만이 가득하다"며 "결국 올해 전승절 행사도 힘없고 돈 없는 자녀들만 참가하는 꼴이 되었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