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세계 여성 평화 운동가들이 24일 비무장지대를 건너 남한에 도착했습니다. '위민 크로스 디엠지'(WomenCrossDMZ) 행사 참여자들은 평양에서 친북 발언을 했다는 논란과 관련해 "절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남북한을 가로지르는 비무장지대(DMZ)를 횡단하기 위해 19일 북한을 방문한 위민크로스DMZ 대표단 30여명이 24일 경의선 육로를 이용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남한에 도착했습니다.
당초 이들은 판문점을 거쳐 남측으로 넘어올 계획이었지만, 남한 당국과 유엔사령부의 권고에 따라 경의선 육로를 통해 군사분계선을 넘었습니다. 걸어서 횡단하는 계획도 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대부분의 구간에서 차량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미국의 여성 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 씨는 이날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에 도착해 “남북한 정부가 함께 승인한 행사를 통해 평화, 화해, 인권을 위한 일보 전진을 이뤄 감격스럽다”고 말했습니다.
197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북아일랜드의 메어리드 매과이어 씨는 “북한 사람들도 인류애와 인간성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남북한이 공통점에 기반해 정전협정에서 평화협정으로 변화를 이뤄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남한에서는 이번 행사를 두고 이른바 ‘종북’ 세력과 연결된 불순한 시도인지, 아니면 한반도 평화를 위한 축제인지를 놓고 논란이 일었습니다.
보수 단체인 ‘국민행동본부’는 성명에서 “이 행사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꿔 한반도에서 미군을 몰아내고 월남식 적화통일을 이루겠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번 행사 참가자들이 북한에서 김일성 주석의 만경대 ‘고향집’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친북 발언’을 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스타이넘 씨는 “북한 로동신문이 보도한 발언 내용은 절대로 사실이 아니며 당시 현장에 있었던 AP통신 특파원도 확인했다”고 설명하고 “이와 관련해 북측에 항의했다”고 말했습니다.
참가자들이 평화를 외치면서도 북한 인권 문제에는 무관심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매과이어 씨는 “인권은 정상적 상태에서만 보장될 수 있으나 북한은 끊임없는 경제제재 속에서 여전히 전쟁 중이라 인권보장이 어려운 정치적 상황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매과이어 씨는 “우리는 평화적인 상황을 만들기 위해 이번 일을 했다”고 설명하고 “우리는 ‘친북’이 아니라 ‘친평화’”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이날 보수단체 회원 400여명은 임진각역 앞에서 위민크로스DMZ를 비난하는 맞불 집회를 열었지만 별다른 충돌은 없었습니다.
위민크로스DMZ 대표단은 25일 서울에서 국제여성평화 회의를 열고 26일 서울을 떠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