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김정남 암살지시는 북한 김정은이 내린 것"이라는 추정이 지배적인데요. 이른바 '로열패밀리', 즉 '김씨 일가'의 장남이자 배다른 형인 김정남까지 살해한 김정은이 다음 암살 대상을 배다른 누이로 삼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남 다음의 숙청 대상 1호는 김설송”이라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백두산 혈통으로서의 정통성이 부족한 김정은은 배다른 누이인 김설송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북한 인권운동가 출신인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16일 남한의 YTN 라디오에 출연해 “김정남보다 세 살 아래인 김설송은 김정은 옆의 서기실에서 근무했다”면서 “김정은 가계나 권력 내 비밀을 많이 알고 있어 북한에서는 숙청 대상 1호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 김정은은 본인이 '후지산 혈통'이란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걸 폭로할 가능성이 있는 로열패밀리들의 경우에는 앞으로도 신변에 위협이 가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혈통'이 권력의 정통성을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그래서 김정은이 암살을 (지시)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 의원이 언급한 ‘후지산 혈통’은 김정은의 친모인 고용희(고영희)가 재일교포 출신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반면 김정남과 김설송은 각자의 친모가 모두 북한 사람입니다. 김정남의 친모인 성혜림은 북한의 ‘공훈배우’였고 김설송의 친모인 김영숙은 김일성이 공식 인정한 며느리로 알려져 있습니다. 혈통만 따져봤을 때 김정은의 정통성은 김정남, 김설송보다 격이 떨어진다는 설명입니다.
하 의원은 “김정은은 백두 혈통에 대한 열등감이 굉장히 클 수 있다”면서 “때문에 김정남을 죽이고 싶었던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정남의 장남인 김한솔에 대해서는 “아버지 김정남으로부터 북한 내부 비밀에 대해 많이 들었을 것”이라면서 “때문에 김정은은 김한솔도 다음 암살 목표로 노리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번 김정남 사건을 두고 전문가들은 “김 씨 일가는 목숨을 잃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깨졌다고 평가합니다. 앞서 김정일은 권력 장악에 장애가 되는 이른바 ‘로열패밀리’들을 정치적으로는 숙청했지만 목숨은 빼앗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김정일의 배다른 동생인 김평일과 삼촌인 김영주가 대표적인 사례 입니다.
남한 국가정보원은 이번 김정남 암살 사건에 대해 “김정은의 ‘편집광적’인 성격이 반영된 사례”라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