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유엔 안보리의 결의 채택을 빌미로 연일 핵위협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특히 그 대상으로 수차례 미국을 거론해 주목되고 있습니다.북한이 미국을 거듭 언급하면서 추가 핵실험을 예고한 의도가 뭔지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의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28일 북한의 핵실험 강행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북한을 모독하고 우롱하는 ‘미국은 참혹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북한은 앞서 지난 24일 국방위원회가 발표한 성명에서도 ‘미국을 겨냥해 수준 높은 핵실험을 진행할 것’이라며 미국을 특별히 거론했습니다.
북한 관영 방송: 우리가 진행할 높은 수준의 핵시험(실험)도 우리 인민의 철천지원수인 미국을 겨냥하게 된다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일부 미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오래 전부터 핵실험 등 도발의 구실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거론했다는 점에서 미국을 위협 대상으로 언급한 것에 특별한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래리 닉시 박사는 28일 최근 북한이 거듭 미국을 거론하는 것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과 더불어 핵탄두 소형화 기술까지 최단시간 내에 습득하겠다는 북한의 강력한 의지 표현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래리 닉시 박사: 북한은 미국에 도달하는 장거리 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한이 거듭 미국을 거론한 것과 관련해 또 다른 전문가는 북한이 앞으로 비공식적으로라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미국의 인정을 받고 미북 간 관계 정상화, 또 평화협정 협상 등에 나설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오바마 2기 행정부의 대북 입장이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핵실험을 감행해 장거리 미사일에 이어 북한의 핵 능력을 재차 입증하게 되면 앞으로 미북 관계에서 주도권을 잡기가 수월해 질 것이란 설명입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외교 소식통은 28일 북한이 핵실험을 조만간 강행한다 해도 일정 기간이 지나 이르면 올해 안에라도 미국이 결국 북한과 대화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특히 북한이 조만간 농축우라늄을 기반으로 하는 핵실험을 할 경우 북한의 위협 수준이 크게 높아져 미국도 북한이 말하는 군축(arms control) 협상 측면에서, 특히 단기적으론 북한의 핵물질 생산을 억제하면서 북한 핵의 ‘비확산’에 치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설명입니다.
또 이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대북 폭격 등 군사행동을 감행할 가능성이 전무한 상황에서 대안은 결국 대화 밖에 없고, 북한은 이를 통해 기존 핵무기와 핵물질을 보유한 채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일부 핵물질 생산 중단 등의 대가로 경제적 이득을 취할 심산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닉시 박사도 북한이 곧 핵실험을 강행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더 이상 ‘북한의 비핵화’를 궁극적인 목표로 하는 대북 협상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공식적으로 받아들이진 않지만 북한의 ‘핵보유’를 기정사실로 전제하고 미국과 한국이 향후 대북 협상에 임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설명입니다.
한편, 한중일 동북아 3국을 순방 중인 미국 국무부의 글린 데이비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28일 일본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른 시일 안에 북핵문제가 외교적으로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데이비스 대표는 북한이 매우 위험한 도박에 나서고 있다면서 솔직히 북한이 호전적이고 선동적인 발언과 행동을 계속하는 한 조만간 외교적 협상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고 전망했습니다. (We find a North Korea that seems bent on playing a game of risk. This is very dangerous... I don't see any prospect for a diplomatic process in the immediate future, as long as North Korea continues this belligerent and provocative behavior and langu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