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남북 당국회담이 9일 2년여 만에 개최됩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힌 만큼 회담은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데요. 평창 올림픽 관련 의제 외에 남북간 주요 현안들도 다뤄질 지 주목됩니다.
이번 회담 전망과 관련해 서울의 목용재 기자가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인터뷰했습니다.
목용재 : 위원님 안녕하세요.
조한범 : 네. 안녕하세요.
목용재 : 남북 당국회담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는데요. 북한이 이번 한국의 고위급 당국회담 제안에 응한 배경과 의미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조한범 : 북한의 의도는 명확합니다. 고립무원, 사면초가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수출은 95% 정도가 묶여있고 대북 유류 공급은 절반 정도가 축소된 상태입니다. 밀수까지 단속하는 물 샐 틈 없는 해상봉쇄까지 들어가는 상황입니다. 특히 북한 경제가 의존하고 있는 장마당은 대북제재에 취약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남북관계를 통해 활로를 모색한다고 봐야 합니다. 남북관계 개선이 목적이라기보다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북한 나름의 셈법이 있는 것 같습니다.
목용재 : 이번 고위급 당국회담에서 평창 올림픽 참가가 주요 현안으로 다뤄질 텐데요. 전반적으로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조한범 : 일단 순조롭게 봅니다. 김정은 신년사는 사실 '1호 명령', 즉 김정은의 명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평창 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할 것이라고 언급했고 평창 올림픽을 북한의 정권수립일과 함께 민족의 경사라고 표현했습니다. 당연히 축하해주고 도와줄 용의가 있다고 얘기한 바 있습니다. 또한 남북 모두 이번 회담에 참여하는 협상단에 체육계 인사 두 명을 포함시켰습니다. 이렇게 보면 평창 올림픽 참가와 관련한 안건은 큰 무리 없이 협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목용재 : 이번 회담에서 평창 올림픽 관련 의제 외에 북핵 등 다른 의제도 다뤄질 수 있다고 보십니까?
조한범 : 본격적으로 다뤄지진 않을 겁니다. 의사 타진 정도만 가능할 것 같습니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한·미 연합훈련 중단, 5·24 조치 해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가동 재개입니다. 이런 요구는 한국 정부가 수용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김정은이 '1호 명령'을 내린 상태인데 회담에서 이견이 발생해 결렬됐다고 하면 김정은의 위상에 도움이 안 됩니다. 김정은이 호방하게 나온 것으로 비치고 있는데 실무선에서 이를 결렬시키면 김정은 이미지 관리에 도움이 안 될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평창 올림픽 관련 의제는 순조롭게 협상이 진행될 것 같습니다. 나머지 의제는 의견 교환이나 의사 타진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더 나아간다면 이산가족상봉 관련 의제까지는 논의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목용재 : 북한이 평창올림픽 외에 제시할 수 있는 의제는 무엇이 있을까요?
조한범 :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각 계층 인민들의 내왕'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는 민족 공동행사 등 다양한 민간 교류도 제안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북한은 각종 제도적 장치를 없애야 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5.24 조치 해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등을 의미하는 겁니다. 한·미 군사훈련 중단은 이미 신년사에서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번 회담에서 이런 내용을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는 수준까지는 언급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목용재 : 북한은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 5명이 이번 회담에 나서는데요. 북한의 대표단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조한범 : 북한 대표단에 조평통 소속 인원이 세 명이 있습니다. 조평통 위원장, 부위원장, 부장이 있고 여기에 체육성 부상, 민족올림픽위원회 위원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평창 올림픽 조직위원회 기획사무차장을 내보내니까 거기에 맞춘 겁니다. 조평통 위원장과 부위원장은 통일부 장관과 차관에 맞춘 것이고 국무총리실 심의관에 맞춰서는 조평통 위원이 나왔다고 봐야 합니다. 그래서 이번엔 인물의 면면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북한이 전적으로 통일부 위상에 맞추려 했다고 봐야 합니다. 김정은이 이미 지시한 사안이기 때문에 실무진이 회담을 깨거나 큰 흐름을 바꿀 가능성은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 회담은 양측에 '1호' 즉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두 의중이 실린 회담입니다.
목용재 :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평창올림픽에 대표단을 보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대표단 구성이 어떻게 될까요. 예를 들어 북한이 응원단도 파견할 것이라고 보십니까?
조한범 : 북한이 아시안게임과는 다르게 대규모 선수단을 파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소규모 선수단 즉 상징적 선수단이 될 것입니다. 여기에 대규모 응원단이 오기엔 시기적으로, 형식적으로 쉽진 않은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점쳐지는 것은 예술단의 파견입니다. 국가공훈합창단, 모란봉악단, 왕재산 등으로 구성된 합동팀은 백여 차례 이상 북한의 지방 순회 공연을 펼친 적이 있습니다. 이런 예술단 정도가 동행한다면 북한으로선 평창 올림픽에서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을 겁니다.
목용재 : 이번 회담이 남북관계 개선으로 연결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조한범 :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는 갖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물론 의도는 한국과는 다릅니다만 김정은이 각계 각층의 교류를 언급했기 때문에 전반적인 남북관계의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하지만 곳곳에 장애물은 남아있습니다. 북한이 정말 원하는 것은 대북제재 국면에서의 우회로를 찾는 겁니다. 또한 5·24 조치 해제,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가동 재개 등입니다. 이런 내용들이 걸림돌이 될 수 있지만 일단 북한은 남북 관계의 전면적 개선을 바탕으로 요구할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국면을 열어가는 초기 단계에서는 북한이 순순히 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목용재 : 네 알겠습니다. 위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