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 호전적 반미 구호 늘어

앵커: 최근 북한 당국이 미국과의 전쟁을 촉구하는 위협적인 대형 선전화(포스터)들을 길거리에 내붙이고 주민들을 반미선동에 동원하고 있습니다. 이런 구호들도 경험이 일천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우상화 상징 조작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과 전면 대결전을 벌이겠다고 북한이 위협하는 가운데 평양의 거리에 반미 대결전을 촉구하는 대형 선전 포스터가 버젓이 나붙어 있습니다.

"말로써가 아니라, 오직 총대로"라고 쓴 포스터에는 북한 제 미사일들이 미국 의사당과 본토를 겨냥하고 있습니다.

또, 포스터와 나란히 붙은 구호에는 "미제와 그 추종세력을 이 행성에서 영영 쓸어버리자!"라는 글자가 보입니다.

그 옆의 선전화에는 또 노동적위대복장을 한 적위대원(민간무력)이 미군과 동맹국 군인들을 내려치는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주도하에 발사된 장거리 로켓 발사와 3차 핵실험 이후에 미국본토를 겨냥한 선전 포스터가 부쩍 늘어나는 양상입니다.

이러한 호전적 구호들은 최근 북한군 전방 부대를 찾아가 "적진을 벌초하라"라고 쏟아낸 김 제1비서의 호전적인 발언과 같은 맥을 이루고 있습니다.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처럼 호전적으로 나오는 이유는 경험이 없는 김 제1비서의 우상화 상징 조작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그레그 스칼라티우 사무총장의 말입니다.

스칼라티우: 할아버지인 김일성은 미국과 전쟁해봤기 때문에 미국의 힘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김정일도 아버지에게서 직접 배웠기 때문에 미국의 힘을 잘 알고 있었지만, 김정은의 경우에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실제 상황을 너무 파악하지 못해서 그런 것인지…

스칼라티우 사무총장은 "북한 당국이 경험이 일천한 김정은을 '위대한 군사지도자'라는 이미지로 조작하기 위해 위협적인 발언과 호전적인 선전화를 공개하고 있는데, 이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있다"고 경계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이런 포스터를 이용해 주민들에게 호전적인 반미감정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미국 동부 버지니아주에 사는 한 탈북여성은 "북한에 있을 때 길거리에 세워진 반미 선전화를 볼 때면 저도 모르게 오싹함과 동시에 적개심이 생겼다"면서 "지금 북한이 미국과 전쟁 하겠다고 하는데, 분위기를 띄우려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서부 아리조나주에 사는 탈북 여성 한 모씨는 북한이 반미 구호로 주민들을 선동해도 미국의 대북 지원을 받아 본 주민들은 오히려 잘 믿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탈북 여성 한모씨: 그 전에 북한에 있을 때 '미국에서 보내온 선물'라고 쓴 쌀, 밀가루를 보면서 북한 당국이 미국을 그토록 미워하라고 해도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이 여성은 "북한 주민들도 이제는 미국에 대해 어느 정도 깨어가고 있다"면서 "저렇게 선전하기 보다는 오히려 인민들을 먹여 살리는 데 신경을 썼으면 좋겠냐"고 비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