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김기남 노동당 비서가 오랜만에 김정은 제1비서의 공개활동을 수행했습니다. '은퇴'한 줄 알았던 김 비서가 공식 활동을 재개한 건 3개월 반 만입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4월 초 공개석상에 나타난 것을 끝으로 3개월 반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김기남 노동당 비서가 다시 등장했습니다. 북측 매체는 23일 김정은 제1위원장이 황해남도 신천박물관 신축 현장을 시찰한 소식을 전하면서 김기남 비서가 수행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김기남 비서는 올 초부터 주요 행사에서 자주 빠진 것은 물론이고 4월 9일 최고인민회의 제13기 3차회의에서는 주석단이 아니라 방청석 세 번째 줄에 앉기도 했기 때문에 남측 당국은 김 비서의 잠적을 “은퇴”의 신호로 해석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김정은 제1위원장의 공개활동을 다시 수행했기 때문에 김기남은 여전히 노동당 선전 담당 비서의 직함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합니다.
다만 86세 나이를 고려해 과거처럼 선전선동 업무를 총괄하는 역할은 리재일 제1부부장과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부부장에게 물려줬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추정했습니다.
김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김기남 비서가 김정은 우상화 작업에 상당한 역할을 했던 것으로 사료됩니다. 그래서 그 동안 잠시 안 나타난 것은 와병으로 치료를 받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나이와 와병으로 인해 (김기남 비서는) 당 비서 직책은 갖고 있지만 종전처럼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보다는 고문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되지 않을까 예측됩니다.
김기남이 3개월 반 동안 사라졌던 이유가 “와병” 때문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김기남이 한동안 자리를 비운 것은 조직지도부의 검열 결과 때문이며, 혁명화(처벌)는 아니더라도 자숙 기간을 거친 것으로 안다”고 서울에 있는 대북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당 비서를 방청석에 앉히지는 않는다”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이 소식통은 김기남이 왜 검열 대상이 됐는지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며 언급을 피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국책연구소의 어느 전문가는 “김정은 우상화의 방법과 속도, 그리고 그 결과가 문제시됐을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김기남 비서는 1960년대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을 시작으로 노동신문 책임주필을 거쳐 1990년대에는 선전선동부장과 선전 담당 비서로 활동하면서 지도자 우상화와 3대 세습을 정당화하는 논리를 개발하는 총책 역할을 해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