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이중적인 방북 승인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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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 당국이 개성공업지구 입주 기업들의 개성 방문을 거부하면서도 대북 지원단체인 유진벨재단의 평양 방문에 대해선 허용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진벨재단 회장과 관계자들이 18일 중국 북경을 거쳐 평양을 방문했습니다.

지난달 북한에 지원한 유진벨재단의 결핵약이 정확히 잘 전달됐는지 확인하고 환자들의 상태도 직접 살펴보기 위해 간 겁니다.

유진벨재단 관계자들이 방북했다는 소식에 개성공업지구 입주 기업들은 다소 허탈해하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개성공업지구 사태 해결을 위해 공업지구를 방문하려던 기업인들이 북한의 거부로 방북이 두 차례나 무산됐기 때문입니다.

현재 공업지구에 남아 있는 남한 근로자들은 먹을 게 없어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 : 북한이 이런 입주 기업들의 요청과 인도적 조치마저 거부한 것에 대해 정부로서는 매우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북한의 이 같은 행동은 경색된 남북관계 속에서도 남한 정부가 대북 인도적 지원을 막지 않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그런 점에서 개성공업지구에 식자재를 보내는 것은 인도적인 차원에서 선행돼야 한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그런데 이를 외면하고 자신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만 받겠다는 북한의 태도는 다소 혼란스럽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최용환 경기개발연구원 동북아센터장 : 과거 김정일 시대에는 나름의 일관성이 있었는데요. 최근에는 기관별로 각자의 이익에 맞춰서 대외정책을 발표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볼 때는 정리되지 않은 의견들이 발표된다는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실제로 북한은 최근 평양에 주재하는 외교사절의 신변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며 철수를 권유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일성 생일에 맞춰 열린 국제마라톤대회 참가자에게는 신변안전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라고 약속하는 등 이중성을 보였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얼마 전에는 미국과 한국을 상대로 전쟁 선포를 하면서 뒤에서는 전쟁이 없을 것이라며 중국에서 관광객을 모집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은 또 개성공업지구 사태가 벌어지기에 앞서 중국에 대규모 인력을 파견하는 등 외화벌이 사업에 집중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