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계속 공전될 경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적극 활용해 문제 해결을 도모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습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합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다양한 안보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다자 간 안보협의체인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다음달 12일부터 이틀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개최될 예정입니다.
이 포럼에는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물론 한국의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북한의 박의춘 외무상을 포함해 중국, 일본, 러시아 등 27개 회원국 관리들이 참석할 예정입니다.
지난해 7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됐던 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서는 남북한 외교장관이 비공식 접촉을 가졌고 이를 계기로 남북대화와 미북대화가 일시 재개됐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오스트리아 비엔나대학의 북한 전문가인 루디거 프랑크 박사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아세안지역안보포럼을 보다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물론 6자회담처럼 이 포럼에서 북한 핵문제를 직접 다룰 순 없지만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미북회담, 또 6자회담에서 진전을 가능하게 하는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루디거 프랑크 박사: (6자회담에서) 북한 핵문제를 직접 다룬다고 해서 그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은 북한이 보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핵문제를 포함한 여러 문제들을 논의할 수 있는 장소가 될 수 있습니다.
프랑크 박사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6자회담보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을 더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로 우선 6자회담과 달리, 북한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6자회담의 목적은 오직 북한의 비핵화이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는 부담이 크고 일종의 적대감(hostility)까지 느낄 수 있는데 아세안지역안보포럼은 그렇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또 27개 회원국 중 대부분이 북한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기 때문에 덜 감정적인 환경, 즉 보다 객관적인 상황에서 북한 핵문제가 논의될 수 있는 장점도 있다는 것입니다.
프랑크 박사는 이어 아세안 회원국 중 하나인 버마의 최근 상황도 북한에게 있어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버마가 민주화와 개혁, 개방에 나서자 서방세계는 버마에 대한 제재를 완화했고 또 이에 따라 버마에 대한 해외 투자가 쇄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북한은 서방세계가 버마의 긍정적인 행동에 대해 약속을 지키는 실례를 목격했다는 설명입니다.
한편 프랑크 박사는 최근 추가 핵실험 계획이 없다고 거듭 밝힌 북한이 다음 달 아세안지역안보포럼을 계기로 미국과의 대화 기회를 엿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말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과의 대화에 응할 지는 미지수라고 그는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