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아세안지역안보포럼, 즉 ARF에서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입니다. 관련국들은 ARF를 계기로 북한을 향해 도발을 중지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오라고 촉구했습니다. 남북의 외교 수장도 '조우'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남한의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북한의 리용호 외무상이 지난 6일 저녁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환영 만찬에서 약 3분간의 짧은 대화를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7일 남한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강 장관과 리 외무상은 ARF 외교장관 회담에 참석한 각국 외교 수장들이 서로 악수를 하며 인사하는 과정에서 ‘조우’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강 장관은 “한국 정부의 ‘베를린 구상’과 후속 조치 차원의 대북제안에 북한이 조속히 호응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적대행위 중지를 위한 군사당국 회담과 이산가족상봉 행사 개최를 위한 적십자회담에 적극 호응해 달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리 외무상은 “남한이 미국과 공조하며 대북 압박을 전개하는 상황에서 그런 대북제안은 진정성이 결여됐다”고 답했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말했습니다. 남한이 제안한 ‘베를린 구상’에 대해 북한 고위 당국자가 직접 거절 의사를 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리 외무상의 이 같은 반응에 남한 통일부는 7일 북한의 호응을 재차 촉구했습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 저희가 7월 17일 남북군사당국회담과 적십자 회담을 북측에 제의한 바 있습니다. 아직 우리 측 회담 제의에 북측의 반응이 없는 상황이면서 특별히 변한 것은 없습니다. 우리의 진정성 있는 '베를린 구상'에 호응해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남북 외교수장이 조우한 환영 만찬에서 미국과 북한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이 이 만찬에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R.C. 해먼드 국무부 장관 보좌관은 “다음날 일정 준비를 위해 불참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틸러슨 장관은 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이 미국과 대화할 준비가 됐다는 최상의 신호는 미사일 발사 중단”이라면서 “조건이 맞는다면 북한과 앉아 미래를 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외신들은 전했습니다.
앞서 지난 6일 틸러슨 장관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북핵 문제에 대한 논의도 벌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왕 부장은 북한과 대화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외교부 측은 “왕 부장은 제재만 가하는 것이 문제 해결 방안이 아니라고 말하면서 ‘쌍중단’을 요구했다”고 밝혔습니다.
‘쌍중단’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 한국과 미국의 연합군사훈련을 동시에 중단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국과 미국, 일본 등 3국 외교장관 회담도 ARF 회담에 앞서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서 3국의 외교 수장은 북한 문제 대한 공조를 더욱 굳건히 하기로 했습니다. 3국은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급 미사일 도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신규 대북제재 결의를 철저히 이행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