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군비 축소해 민생 개선 ‘장밋빛 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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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당국이 군수공업에 들어가던 막대한 재원을 주민생활에 돌린다고 '장미빛 선전'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포탄생산을 늘리라고 선전해 인민을 기만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요즘 '핵무력과 경제건설 병진'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내놓고 민생개선 의지를 주민들에게 선전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북한 내부주민들과 연락하고 있는 한 탈북자는 "최근 전쟁 분위기가 차분해지자, 당에서 인민생활을 개선시킨다는 주제로 내부 강연을 많이 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군수공장 규모를 대폭 줄이면 주민생활이 좋아지게 된다는 내용"이라고 9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설명했습니다.

인터뷰/ 익명의 탈북민: 국방건설이 아니라 비대칭 전력강화로 가면 상당수 인민생활에 돈을 돌린다고 강연회도 하고 많이 떠돌아요.

그에 따르면 함경북도 지방의 한 강연회에 출현한 간부는 "지난 열병식 때 등장한 방사포와 대포들은 군수공장에서 포신을 열처리하자고 해도 콩기름이 기차 빵통(화물차량)으로 들어가고, 화약을 만드는데도 사탕가루가 포대로 소비됐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핵을 보유했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포가 필요가 없게 된다"고 선전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강연자는 "지금까지 미국 때문에 허리띠를 조이고 군수공업에 국가의 재정이 많이 소비됐는데 이젠 핵이 있기 때문에 인민생활을 높이려는 것이 원수님(김정은)의 의도"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와 때를 같이해 평양의 노인들을 중심으로 "군수공장에 들어가던 외화 1억 달러를 절약하면 전체 인민들에게 배급을 줄 수 있고, 다시 1억 달러를 전환하면 어린이들에게 사탕과자를 떨어뜨리지 않고 먹일 수 있다"는 출처 없는 소문도 떠돌고 있지만 당국이 딱히 통제하지 않는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당국이 최근 제시한 핵과 경제건설 병진노선에 대한 선전에 전 방위적으로 나선 것으로 파악됩니다.

하지만, 북한의 이러한 선전은 실제 군수공업 축소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또 다른 주민들은 주장했습니다.

함경북도 청진시 나남탄광기계 공장 사정에 밝은 한 북한 주민은 "요즘 군수공업 축소에 대해 말을 많이 하는데, 실제로 공장에 떨어진 생산과제에는 변함이 없다"고 반응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3월 중순 김정은 제1비서는 군수공업부문 일꾼협의회을 소집하고, 더 많은 포와 포탄을 생산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북한중앙tv 녹취: 김정은 원수님께서는 신뢰성 있는 포와 포탄들을 생산하여야 한다고 하시면서...

때문에 함경북도 주민들은 한쪽에서는 무기를 계속 만들라고 하고, 또 다른 쪽에선 인민생활에 돌린다고 하는데 도대체 어느 게 진짜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는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고위층 탈북인사는 "지금 김정은 정권이 체제 안보와 민생개선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놓고 저울질 하고 있다"면서 "국제적인 제재를 받고 있는데다 개성공단까지 중단됐기 때문에 북한 자체로 민생문제를 해결하자면 군수공장의 투자를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고 분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