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심분리기 가동 능력 검증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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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영변 경수로 내 우라늄 농축 설비에 2천 개의 원심분리기가 구축돼 있다는 주장에 따라 고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새로운 핵무기의 제조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원심분리기가 제대로 가동될지는 확실치 않아 단기간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전문가의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전합니다.

미국의 '군축협회(Arms Control Association)'는 북한이 설치해 공개한 영변 경수로의 우라늄 원심분리기와 관련해 기능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시점에서 단기간의 심각한 위협으로 볼 수 없다고 22일 주장했습니다.

'미국 군축협회'의 데릴 킴벌(Daryl Kimball) 국장은 최근 방북한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를 통해 북한의 원심분리기가 공개됐지만 가동 능력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가운데 핵무기에 사용할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많은 시간과 시험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It may not have been fully tested and it would probably take a lot of time and further testing and sustained operations over a period of years to produce HEU sufficient for weapons.)

물론 이론적으로 북한이 원심분리기를 통해 수년 내에 폭탄급 수준의 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겠지만 우라늄 농축 활동과 이를 무기화하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기 때문에 지금 북한의 핵위협은 비핵화 과정을 통해 아직도 충분히 제지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게 킴벌 국장의 분석입니다.

'미국 군축협회'의 피터 크레일(Peter Crail) 연구원도 북한이 우라늄 농축 시설에 2천 개의 원심분리기를 설치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른 시일 내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22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this does not likely present a really treat in the near-term)

크레일 연구원은 북한이 원심분리기를 설치하고 우라늄 농축 활동을 진행하는 것은 심각한 상황이지만 북한의 주장대로 수일 전 끝마친 우라늄 농축 시설이 이른 시일 내에 고농축 우라늄을 온전히 생산하는 능력까지 갖추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한 예로 이란도 북한과 마찬가지로 파키스탄이 제공한 기술을 이용해 지난 수년간 우라늄 농축 활동을 시도했지만 아직도 원심분리기를 작동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Yet they(Iran) continue to have serious difficulties operating their machines, and they are using the same Pakistani-supplied technology that North Korea is using. North Korea has only built this plant in the last several months. In all likelihood, North Korea probably will not have a fully functioning capability to produce HEU for weapons for a few years.)

따라서 북한에 설치된 원심분리기가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 또 북한이 이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가졌는지도 확실히 알 수 없다고 크레일 연구원은 덧붙였습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셰넌 카일(Shannon Kile) 북핵 담당 선임연구원도 북한이 원심분리기에 관한 근본적인 전문 지식이 있다고는 판단하지 않는다고 22일 외신과 한 회견에서 밝히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국방과 안보연구기관인 '랜드(RAND) 연구소'의 브루스 베넷(Bruce Bennett) 박사는 헤커 박사의 방북 보고서를 분석해 볼 때 원심분리기의 공개는 매우 인상적이지만 실제 가동 능력은 아직 이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while the facility appears to be an impressive one, it may not be as impressive as it appears yet, it may still be months or more away from a real operational capability.)

헤커 박사도 원심분리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직접 확인하지 못했고 시설에 대한 견학도 빠른 시간 안에 진행된 것은 실제 가동 능력을 감추기 위한 북한의 의도란 설명입니다.

또 북한 측이 공개한 우라늄 농축 시설만 둘러보게 한 것은 북한이 미국과 국제사회에 그들의 핵개발 능력을 보여주고 6자회담과 핵 협상의 재개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며 앞으로 우라늄 농축활동과 핵무기를 통한 북한의 위협은 지금과 같이 계속될 것이라고 베넷 박사는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베넷 박사는 북한이 최근 공개한 원심분리기로 우라늄 농축 활동을 온전히 진행할 경우 1년에 두 개의 핵무기에 해당하는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하게 되며 북한은 2020년까지 20개에서 많게는 50개의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북한은 수백 개의 원심분리기를 갖춘 우라늄 농축 시설을 미국의 핵 전문가인 헤커 박사에게 공개하고 이미 2천 대가 설치돼 가동 중에 있다고 전했습니다. 만약 북한의 주장대로 2천 대의 원심분리기가 작동한다면 1년만 가동해도 원자폭탄 1개를 만들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고 이를 이용한 핵무기 제조 방법도 비교적 쉬워 국제사회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헤커 박사와 함께 영변 핵시설을 견학한 로버트 칼린 스탠퍼드대 객원연구원은 영변 내 원심분리기의 수가 많았고, 시설이 자신을 포함한 핵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앞선 것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 군축협회'의 킴벌 국장과 크레일 연구원은 북한이 우라늄 농축 시설과 관련해 외부의 지원을 받았을 것이라며 그 상대가 이란일 가능성이 크다고 추측했습니다.

급히 아시아 순방에 나선 미국의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22일 북한이 원심분리기를 공개한 데 대해 "이는 매우 심각한 도발이다"라고 규정했으며 같은 날 중국을 방문한 한국의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이는 심각한 우려 대상이고 그에 상응하는 대처와 협의를 해가겠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