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위장여권으로 불법 무기 거래 지속”

0:00 / 0:00

앵커 : 북한이 외국 여권으로 신분을 위장하는 수법으로 불법 무기를 구입하고 있어 국제사회의 주의가 요망된다고 영국의 군사전문가가 경고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Royal United Services Institute)의 안드레아 버거(Andrea Berger) 연구원은7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일부 국가의 여권이 북한의 대북 제재 위반에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버거 연구원 : 일부 국가가 돈을 받고 자국 여권을 외국인에게 팔고 있습니다. 이른바 '편의를 위한 여권(Passport of Convenience)'를 북한이 구입해 대북 무기 거래 금지 규정을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데 사용하고 있습니다.

버거 연구원은 지난달 캄보디아 여권을 소지한 평양 출신의 김성일 씨가 수출이 엄격히 제한된 군사용 야간투시경(AN/PVS-14, AN/PVS-7)을 불법 구입하려다 미국에서 체포된 사건을 지적했습니다. 이 북한 출신 남성은 캄보디아 여권으로 신분을 속여 이들 장비를 불법 구매해 중국으로 반출하려다 수 개월에 걸쳐 위장작전을 수행하던 미국 유타 주 국토안보부 소속 요원에게 적발돼 지난달 체포됐습니다.

버거 연구원은 7일 북한전문매체 NKNews에 기고한 글에서 김성일 씨가 2008년 9월 17일 캄보디아 국적을 취득하고 이듬해 5월 캄보디아 국적의 김성일(여권번호 0630354)이라는 사람이 홍콩에 ‘그린파인인터내셔널(Greenpine International Co. Ltd in Hong Kong)’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린파인인터내셔널’은 이란 등에 불법 무기 수출 혐의로 유엔의 제재를 받는 북한 정찰총국 산하 ‘그린파인어소시에이티드(Green Pine Associated Company)’의 위장을 위한 다른 이름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린파인인터내셔널은 유엔 제재 대상 목록에 올라 있지만 여전히 홍콩에서 운영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또한 2012년 7월에도 캄보디아 여권(여권번호 N0755974))을 가진 북한 출신 김성일이라는 인물이 홍콩의 ‘그린파인인터내셔널’과 같은 주소지에 회사(Rich Lead Trading Limited)를 설립했다고 버거 연구원은 밝혔습니다.

두 회사 이름과 설립자의 여권번호는 다르지만 이름은 일치하는데다 여권 발급 국가가 같고, 회사 소재지 주소가 동일한 것이 우연이라고만 할 수 없다는 것이 버거 연구원의 주장입니다.

버거 연구원은 캄보디아 이외 몰타, 세이셸공화국 등 여권을 판매하는 다른 국가도 핵과 미사일 개발로 유엔과 미국 등의 제재 대상인 북한이 이들 여권을 악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한편, 유타주 법원(US District Court for the District of Utah)은 7일 자유아시아방송에 김성일 씨는 미국 야간투시경 불법 거래와 관련해 이달 31일 유타 주의 솔트 레이크 시에서 첫 공판을 가질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