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대의원 선거는 국내 정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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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주말 치러진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양한 견해를 내놓고 있습니다. 뚜렷한 세대교체 등 큰 변화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북한 내부적으론 나름 의미 있는 행사였단 분석입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 전문가인 미국 터프츠(Tufts)대학의 이성윤 교수는 1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의 이번 선거 결과가 크게 놀랍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특히 대의원 교체 비율이 지난 2009년 45%, 2003년 50% 등과 비슷한 53% 수준으로 과거 사례와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이성윤 교수:그 현상이 놀랍지 않습니다. 이런 선거는 김정은 입장에서는 (북한 엘리트 계층에 대한) 값싼 선물로 볼 수 있습니다. 대의원 명단에 오르는 사람에게는 권력에 가깝게 있다는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기회 정도가 된다고 봅니다.

이 교수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은 상징성이 강하기 때문에 이번 대의원 선출 여부를 가지고 장성택 계파 인물을 골라내 단죄했다 혹은 안했다 이런 분석을 내놓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번 선거는 북한 내부 정치적 행사로 북한의 대외 정책의 큰 변수가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김정은 정권의 안정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도 큰 의미가 없다는 주장입니다.

이성윤 교수: 앞으로 북한의 대외 전략, 핵실험이라든지 한국에 대한 도발과는 큰 연관이 없다고 봅니다. 또 대의원 명단에 특정 인물을 올렸다, 내렸다하는 것 자체가 김정은 정권의 권력을 공고화한다던지 또 정권이 위태롭다든지 하는 현상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다만 이 교수는 과거 북한 정권이 2003년과 2009년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통해 국내 정치 기반을 안정적으로 다진 후 대외 도발에 나선 선례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 그 가능성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한국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수석연구위원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으로 선출된 인사들의 명단을 면밀히 분석하는 게 나름 중요하다면서 그 이유는 이를 통해 북한 핵심 지도층의 전반적인 부침과 변동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정 연구위원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보낸 전자우편에서 이번 당선자 명단에 기존 북한의 지도층 인사가 대부분 포함돼 있어 큰 ‘놀라움’은 느낄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국제관계국장도 일단 이번 대의원 선출 명단을 보면 대규모 세대교체나 숙청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면서 이를 통해 김정은 정권이 다소 안정적이란 추정도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켄 고스 국장: 어느 정도 안정성을 갖췄다고 볼 수 있고 또 현 시점에선 대규모 세대교체에 대한 저항감이 있는 분위기도 느낄 수 있습니다.

고스 국장은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여전히 권력을 공고화하는 과정에 있으며 갑작스런 지도층 세대교체로 유발될 수 있는 불안정한 상황을 경계하면서 조심스런 행보를 보이는 것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