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지난 수년간 러시아에 파견됐던 북한 노동자 중 100여 명이 작업장을 이탈해 러시아 정부에 망명을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러시아 정부는 이들에게 임시 은신처를 마련해 보호중이지만 난민 지위를 주고 망명을 허용한 경우는 극소수에 그쳤습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러시아 정부가 최근 몇 년간 러시아 내에 임시 은신처를 마련해 보호중인 북한 주민 수가 100명에 이른다고 연방 이민국이 밝혔습니다.
이들 중 대부분은 러시아에 벌목공과 건설노동자 등으로 파견됐다 작업장을 무단 이탈해 망명을 신청한 북한 노동자들입니다.
러시아 인터팍스통신은 5일 연방이민국 망명 심사 책임자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이들 중 러시아 이민 당국의 망명 심사 과정에서 실제 난민 지위를 인정받아 망명이 허용된 사례는 극소수에 그쳤다고 통신은 지적했습니다.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 수(지난 해 3/4분기 기준)가 연간 2만명 이상(2만1천447명)인 점을 감안하면 연 인원수의 0.5% 정도가 수년 동안 작업장을 이탈해 망명을 신청한 겁니다.
하지만 이처럼 정식 망명을 신청한 경우 외에도 수많은 북한 노동자들이 작업장을 탈출해 러시아 곳곳에서 숨어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국의 BBC 방송은 2009년 방송된 시베리아의 북한 벌목공 탐사보도에서 지난 20년간 벌목장을 탈출해 러시아에서 숨어살고 있는 북한 노동자 수가 수천 명에 이른다고 보도했습니다.
러시아에 건설 노동자로 파견됐던 한 탈북자의 증언입니다.
탈북자 : 밥을 먹고 아침 6시부터 작업을 시작하는 데 밤11시까지 일을 하고, …, 쉬는 날은 설날, 그리고 김부자 생일, 김정일 김일성 생일 (뿐이었습니다).
열악한 작업 환경에다 임금까지 착취당하는 고통을 견디다 못해 탈출을 감행하고 있는 겁니다.
러시아 이민국은 망명을 신청한 북한 주민들이 대부분 작업장을 이탈한 노동자여서 망명 허가를 내리는 데 매우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의 망명 시도가 정치적인 문제와 무관하며 러시아 영토에 남아 계속 일하기를 희망하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작업장을 탈출해 망명을 시도한 북한 노동자들이 북송될 경우 가혹한 처벌이 뒤따르는 점을 감안하면 러시아 측의 망명 허용 지연은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러시아 이민국 측은 이런 비난을 예상한 듯 계획대로 귀국하지 않은 북한 노동자들이 북송땐 노동 교화형에 처해질 수 있지만 과거처럼 사형 등 중형을 받는 경우는 없다고 항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