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방북, 핵·인권 해결 계기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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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방북 일정을 "조정" 중이며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힌 가운데 그의 방북이 핵과 인권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북 문제를 놓고 남한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테러 사태로 국제사회가 혼란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평양 방문은 시의적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는 목소리도 있고, 반 총장이 남한의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만큼 방북 계획을 정파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해석도 있습니다.

그러나 남북관계의 측면에서 볼 때 반 총장의 방북 계획은 긍정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서울에 있는 평화재단 평화연구원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북이 “어떠한 경우에도 무산되는 것보다는 성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는 입장을 제132호 ‘현안진단’에서 밝혔습니다.

특히 핵 문제와 인권문제는 반 총장이 방북할 경우 “피할 수 없는 의제”가 될 것이라고 ‘현안진단’의 공동 저자 중 한 명인 고경빈 평화재단 이사는 25일 말했습니다.

고경빈 평화재단 이사: 북한 핵문제와 인권문제가 유엔에서 여러 차례 결의도 하면서 국제적으로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핵 문제는 관련 당사국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고, 인권문제는 목소리만 높지 메아리가 없어요. 구체적으로 실천적 조치를 수반하는 어떠한 단서도 안 보인다는 거죠. 이런 문제와 관련해 새로운 장을 만드는 노력을 하는 것이 유엔 총장의 의무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고 이사는 “방북이 성사되면 반 총장은 북한의 비핵화와 인권개선을 촉구하는 유엔의 거듭된 대북결의들을 존중하고 이행할 것을 북한 최고지도자에게 직접 요구하고 북한에도 이와 관련한 발언 기회를 주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또한 고경빈 이사는 “비핵화와 인권문제가 반 총장의 일회성 방북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고 말하면서 “유엔 차원에서 두 사안을 다루는 것에 대한 북한의 ‘회피’와 ‘항의’ 단계를 지나 ‘논의’ 단계로 들어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두 사안의 특성을 고려할 때, 고 이사는 반 총장이 북핵 문제보다는 인권 문제의 해결 노력에 방점을 찍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미국이 ‘전략적 인내’라는 대북 정책을 바꾸지 않는 한 반기문 사무총장이 성과를 만들어낼 공간이 별로 없을 것”이기 때문에 “반 총장은 핵 문제보다는 인권 문제에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따라서 “반 총장의 방북에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나 유엔 사무국의 국제 인권 담당 고위관리가 수행하거나, 서울에 설치된 유엔의 북한인권사무소 대표가 동행하는 문제를 과감히 추진해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습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뉴욕 현지시각으로 23일 유엔 한국대표부에 마련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은 자리에서 한국 특파원들에게 “언제 방북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일자를 조정 중에 있는데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반 총장은 자신의 방북을 추진하는 것이 “용이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여러 가지 예민한, 민감한 문제들도 많이 있으므로 인내를 갖고 기다려 보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올해도 유엔 총회는 12월 둘째 주나 셋째 주에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할 예정이며, 이에 북한은 매년 강하게 반발해 왔습니다.

반 총장의 방북이 성사되면 이는 1979년 쿠르트 발트하임 총장과 1993년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총장의 방북에 이어 유엔 사무총장으로 세 번째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