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측 언론매체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한 '막말 비난'을 일주일째 이어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반 총장의 재임 시절에 이뤄진 유엔의 대북제재에 대한 반발의 일환으로 풀이합니다. 또한 남측 대통령 선거에 개입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측 노동신문이 27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상대로 ‘정치 협잡군’ 등의 표현을 동원하는 막말 공세를 퍼부었습니다. 이 같은 비난은 반 총장이 남측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뜻을 내비친 이후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북측은 대남대외 매체를 중심으로 반 총장을 실명 비난한 적은 있지만 요즘처럼 연일 강도 높은 비난을 이어가는 것은 이례적입니다. 북측의 이 같은 비난은 유엔 사무총장을 맡았던 인물 그 자체에 대한 반발로 해석됩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 아무래도 유엔 사무총장 재직 중 있었던 대북 제재와 관련해, 유엔이 북한에 대한 제재를 주도해왔기 때문에, 그 유엔 사무총장직을 10년 동안 수행한 것에 대한 불만이 반영됐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또한 “반 총장이 남측 보수세력의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만큼 북측은 대선 개입 의도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고 교수는 덧붙입니다. 남측 대중을 향한 일종의 ‘여론전’을 북측이 펼치고 있다는 뜻입니다.
북측의 의도대로 남측 여론이 움직일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전문가들은 북측의 ‘여론전’ 시도가 남측에서 오히려 ‘역풍’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합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측은 남한의 정세를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북한의 대선 개입 시도가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달 말로 제8대 유엔 사무총장에서 퇴임하는 반 총장은 뉴욕 현지시간으로 지난 20일 한국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10년 동안 유엔 총장을 역임하면서 배우고, 보고, 느낀 것이 대한민국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한 몸 불살라서라도 노력할 용의가 있다”며 대권 도전 의사가 있음을 시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