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미 농구선수 로드먼 사죄대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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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얼마 전 미국 프로농구(NBA)선수 출신의 데니스 로드먼이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와 만난 사실이 있지요. 그런데 북한 당국이 이들 농구단을 가리켜 '사죄대표단'이라고 주민들에게 선전하고 있다고 합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달 26일 평양을 방문했던 미국 프로농구 선수 출신 데니스 로드먼이 북한에서 '사죄대표단'으로 불리고 있다고 최근 중국에 나온 한 북한 주민이 1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친척방문차 중국에 나온 이 평양 주민은 미국 NBA출신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먼이 북한을 방문한 사실을 아는 가고 묻자, "텔레비전에서 김정은이 활짝 웃으며 로드먼과 대화하는 모습을 보았다"면서 대뜸 '사죄대표단'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평양을 중심으로 '로드먼이 미국을 대표해 조선(북한)에 사죄하기 위해 왔다'는 소문이 돈다"면서 "간부들이 내부 강연회에서 데니스 로드먼 일행은 미국이 지금까지 북한에 끼친 죄를 반성하고 사죄하는 의미에서 찾아왔다고 가르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의 이러한 주장과 달리 미국 정부는 로드먼 일행이 평양을 방문했을 당시 전적으로 개인적인 방문이었다고 선을 그은바 있습니다.

[녹취: 패트릭 벤트럴, 국무부 부대변인] "로드먼은 미국을 대표하는 사람이 아니며 개인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한 것이고 어떤 외교적 역할을 한 적도 없습니다."

이 주민은 "주민들은 텔레비전에서 김정은 제1비서와 데니스 로드먼이 만나 기뻐 얘기하는 모습을 보며 '멋있다'는 반응을 보였고, 또 '김정은 원수님이 미국인을 품에 안아 따뜻하게 용서했다'는 등의 소문도 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평안북도 국경지방의 또 다른 북한주민은 로드먼 일행에 대한 북한당국의 '사죄단' 선전에 의아함을 표시했습니다.

국경지방 주민은 "얼마 전까지 김정은이 미국 농구선수를 초청해놓고 대접을 잘 해주고도, 또 미국과 전면대결전을 하겠다하는 데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가?"고 반문했습니다.

북한이 로드먼 일행을 '사죄대표단'으로 만들어 주민들에게 선전하는 것은 김정은의 '위대성'으로 포장하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은 미국이나 일본 등 적대국의 인사들이 방북할 때마다 '사죄대표단', 또는 "수령님의 위인상에 매혹되어 찾아온다"는 등의 소문으로 수령우상화에 이용해왔습니다.

대표적인 실례로 북한은 지난 1994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핵 위기를 중재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했을 때도 "미국 전 대통령 카터가 수령님(김일성)의 인품에 매혹되어 사죄하러 왔다"는 소문을 돌린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