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에 개설 북 대사관 ‘개점휴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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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이 지난주 벨라루스에 대사관을 개설하고 개소식까지 마쳤지만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핵실험 이후 극도로 위축된 북한의 외교 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과연 벨라루스에 대사관을 개설했을까?

옛 소련국가인 벨라루스 최대 인터넷 뉴스 포털인 ‘툿 닷 바이 (TUT.BY)’의 결론은 ‘그렇다’ 입니다.

이 매체는 최근 (9월27일자) 올린 기사와 사진을 통해 북한이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 실제로 대사관을 개설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민스크시내 주택가의 2층 벽돌 주택을 개조한 북한 대사관에는 인공기와 ‘벨라루씨 공화국 주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사관’이라고 씌인 명패가 내걸렸습니다.

지난 19일 열린 개소식 행사 참석자는 이 매체에 북한 외교사절단 일행과 각국 외교관, 벨라루스 외교부 관계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대사관에 인공기가 내걸렸다고 전했습니다.

이후 대사관 건물 안에서 축하 연회가 열렸다고 이 참석자는 덧붙였습니다.

북한 대사관과 바로 이웃한 주민들도 지난 주 월요일(19일) 많은 사람들이 옆 건물에 모였고 특히 외교관 번호판을 단 차량이 많이 오갔다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습니다.

주민들은 수년 전 지어진 뒤 빈 채로 방치됐던 대사관 건물에서 수 주 전부터 대사관 개설을 준비하려는 듯 공사가 이뤄졌다고 말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북한 사람들도 자주 눈에 띄었다고 이웃 주민들은 전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대사관은 개소식만 마친 뒤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걸로 보입니다.

대사관 인근 주민들은 개소식 이후 건물 창문에 불이 켜지는 걸 본 적이 없다고 밝혔고 지난 23일 기자들이 북한 대사관을 찾았을 때도 아무 인기척도 없었다는 겁니다.

흥미로운 점은 주재국인 벨라루스 외교 당국의 어정쩡한 태도.

벨라루스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7일 북한 대사관 개설 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툿 닷 바이’의 요청에 답하는 형식으로 올린 보도문에서 ‘완전히 활동중인 북한 대사관은 없다’고 다소 애매한 입장을 내놨습니다.

현재 경제∙통상 문제를 다루는 3명의 북한 외교관이 파견돼 있을뿐 대사가 공식 부임하지 않았고 아그레망 요청도 없었다는 게 벨라루스 측 설명입니다.

외교부 대변인은 북한이 이달 초 감행한 5차 핵실험을 가리키는 듯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최근의 상황 악화가 있기 오래 전부터 대사관 개설 논의가 시작됐다고 다소 장황하게 설명했습니다.

앞서 북한 관영매체가 지난 21일 벨라루스에 대사관이 개설됐다고 보도하자 벨라루스 외교부는 이를 즉시 확인하지 않고 부인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북한이 5차 핵실험과 잇단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이어가고 있는 상태에서 북한 대사관 개설 사실을 공표하는 데 외교적 부담을 느낀 탓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대사관을 개설하고도 주재국이 이를 부인하는 현실은 잇단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로 극도로 위축된 북한 외교의 현 주소를 잘 보여준다는 지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