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되면 북녘 끝까지 페달 밟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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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여름 방학을 맞아 남한 대학생들과 탈북 대학생들이 7월 17일부터 19일까지 2박 3일 일정으로 통일 기원 자전거 행진에 나섰습니다. 서울 중랑천을 시작으로 경기도 연천과 파주 임진각까지 장장 180km의 거리를 달리는 코스입니다.

탈북 대학생들이 참가하는 ‘DMZ 자전거 대행진'이 북한인권탈북청년연합의 주최로 지난 17일 서울숲에서 발대식을 갖고 시작됐습니다. 서울숲을 출발한 참가자들이 동부간선도로를 따라 이어진 자전거도로를 힘차게 달리고 있다.
탈북 대학생들이 참가하는 ‘DMZ 자전거 대행진’이 북한인권탈북청년연합의 주최로 지난 17일 서울숲에서 발대식을 갖고 시작됐습니다. 서울숲을 출발한 참가자들이 동부간선도로를 따라 이어진 자전거도로를 힘차게 달리고 있다. (RFA PHOTO/ 노재완)

이들의 자전거 행진을 노재완 기자가 동행 취재했습니다.

17일 오전 9시, 자전거 행진에 나설 대학생들이 출발지점인 서울숲에 하나둘씩 모여듭니다.

무더운 날씨지만, 바람이 간간이 불고 짙은 먹구름이 덮여 있어 자전거 타기에는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출발에 대한 설렘 때문인지 장정을 앞둔 참가자들의 얼굴은 무척 밝습니다.

편종식 (단국대 2년): 자전거 행진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번에 탈북 대학생들과 우리 남한 대학생들이 이렇게 함께 손을 잡고 자전거로 휴전선 일대를 떠나게 돼 기쁘고 무척 기대가 됩니다.

엄정혁 (탈북자, 한국외대): 제가 전에도 이 단체에서 하는 DMZ 자전거 행진에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는 5박 6일이라 정말 힘들었어요. 하지만 소중한 추억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그걸 잊지 못해 참가하게 됐습니다.

발대식이 끝나고 참가자들은 힘찬 구호와 함께 일제히 자전거 페달을 밟습니다.

(현장음) 하나 둘셋 4팀, 파이팅~!!!

서울 중랑천을 따라 의정부와 동두천을 달리는 구간은 모두가 자전거 전용도로로 손쉽게 달릴 수 있습니다.

출발한 뒤 2시간 정도 흘렀을까요. 이들은 의정부 부근에서 곽밥(도시락)을 먹고 잠시 휴식을 취했습니다.

(현장음) "잘 먹겠습니다~!!"

기자 : 양이 부족할 것 같은데 괜찮나요?

김승태 (국민대 4년): 이 정도면 괜찮습니다. 다른 친구들이 남기면 더 먹겠습니다.

오후가 되면서 햇볕이 내리쬐기 시작했습니다. 점심을 먹고 휴식도 취했지만, 더운 날씨 때문에 자전거 속도가 나지 않습니다.

30여 km 정도 달리자 체력이 떨어진 몇몇 참가자들이 하나둘씩 처지기 시작합니다. 오르막길에선 기어 변경을 하며 안간힘을 써보지만, 다리의 힘이 풀려 결국 걸어서 자전거를 끌고 올라갑니다.

김어진 (경희대 2년): 아직은 견딜만합니다. 다리 근육 뭉치지 말라고 일단 파스를 뿌리는 겁니다.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는 법. 내리막길에서 제법 여유도 부립니다.

행사 성원들의 힘찬 목소리도 들립니다. 지친 학생들을 위해 잠시 쉬었다가 갈 모양입니다.

편종식 (단국대 2년): 처음엔 힘들지 않았는데, 점점 가면서 힘들어지더라고요. 뒤에 따라 오는 친구들을 보면서 용기를 내고 그랬습니다.

잠시 휴식을 취한 참가자들은 다시 숨을 고르고 출발을 준비합니다. 행사 요원들은 출발에 앞서 다시 한 번 안전을 당부합니다.

이날 최종 도착지인 연천 숙소까지는 이제 불과 10여km 남았습니다. 체력이 바닥난 몇몇 참가자들은 대열에서 잠시 이탈합니다.

성원들은 자전거를 트럭에 싣고 이들을 버스에 태웁니다.

손다은 (부산 부경대 4년): 티는 내지 못하고 계속 참고 달려왔는데, 특히 오르막길에서 더 이상 못 가겠더라고요. 이대로라면 내일도 자전거를 못 탈것 같아서 버스에 오르게 됐습니다.

오후 5시 30분경, 자전거 행렬이 도착지점인 연천 동막골로 하나둘씩 들어옵니다.

참가자 대부분이 특별한 사고 없이 완주했습니다. 이들은 도착 직후 조별로 모여 서로에게 박수를 쳐주며 완주의 기쁨을 나눴습니다.

김은혜 (탈북자, 명지대): 앞으로 통일되면 휴전선을 넘어 한반도 최북단 샛별군까지 달리고 싶어요.

한여름 무더위 속에서 아스팔트를 달리고 가파른 고갯길을 넘어야 하는 힘든 여정이었지만, 자전거를 통해 이들은 함께했고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탈북 대학생들의 이번 자전거 행진은 19일까지 이어집니다. 이들은 이 기간 연천과 파주, 임진각 일대를 달리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