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 “킹 특사 방북, 6자회담과 무관”

0:00 / 0:00

앵커 : 미국의 로버트 킹 북한인권 특사가 북한에 억류된 미국 시민 케네스 배 씨의 석방을 얻어낸다 해도 6자회담 등 북핵문제의 진전에 성급한 기대를 거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미국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의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가 오는 30일 북한을 방문하면 10개월 째 북한에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 씨가 석방될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한동안 중단되었던 북핵 6자회담이 재개될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킹 특사의 방북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고 섣부른 기대를 거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미국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습니다.

2000년대 초 미국 부시 행정부 시절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을 지낸 미첼 리스 워싱턴대학 총장은 28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이 핵과 관련한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며 이같이 주장했습니다.

리스 총장 : 북한이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하거나 핵보유 야망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에 변화가 있다는 어떤 징후도 없습니다. 북한의 근본적인 변화(fundamental shift)가 없이 외교적인 진전이 있을 수 없습니다.

리스 총장은 중국측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북한에서 북핵문제 진전을 위한 어떤 합의에 도달하면서 킹 특사의 방북을 계기로 외교적인 돌파구가 생길 것이라는 관측을 경계했습니다. 북한이 케네스 배 씨를 석방한다면 그것은 건강이 매우 악화된 미국 시민이 북한땅에서 사망하기를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그는 주장했습니다.

리스 총장 : 가장 큰 이유는 케네스 배 씨의 건강이 매우 나빠져 그가 북한 당국에 억류된 상태에서 사망해 문제가 생기는 걸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리스 총장은 이외에도 사상 최초로 설립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한국과 일본에서 북한의 인권 침해 실태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 것에 북한이 압박을 느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의 정책연구소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한반도전문가 래리 닉시 박사는 북한 당국이 수 차례 미국인을 억류하고 미국과의 협상에 지렛대로 사용하려는 반복적인 전술에 불과하다고 분석했습니다. 따라서, 미국과 북한 간에 북핵 문제 진전을 기대해서는 안된다는 설명입니다.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의 리처드 부시 박사와 미국 외교협회(CFR)의 스콧 스나이더 선임연구원도 북한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비핵화 이행을 위한 6자회담의 진전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스나이더 연구원의 말입니다.

스나이더 연구원 : 북한은 킹 특사의 직책을 싫어합니다. 그는 6자회담이나 북핵 특사가 아니라 북한인권특사입니다. 미국 정부는 북한에게 있어 선전효과가 더 있는 전직 대통령이 아니라 '인권특사'를 보내 북한과 인권대화를 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려고 하고 있습니다.

한편, 한국 통일연구원의 박형중 박사도 북한이 근본적인 전략적 변화보다는 한국이나 미국에 유화 전술을 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박형중 박사 : 북한이 일종의 자잘한 일들에 선의를 베풀고 있는데 이게 일종의 전술적인 미끼일 수 있고, 미국의 입장에서는 거기에 말려들고 싶어하지 않겠죠. 지금 미국은 아주 조심스럽고 케네스 배 씨만 데리고 나오는 걸로 생각할겁니다.

북한이 2009년 봄 장거리미사일과 핵실험을 했고, 이어 미국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북한에 억류된 유나리, 로라링 두 미국 여기자를 석방했지만 2010년 3월 한국의 천안함 폭침 등으로 다시 긴장을 고조시키는 전술의 반복이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