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간부에 뇌물수수 금지지시”

앵커: 북한이 간부들에게 당창건 70주년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 뇌물을 받지 말라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과도한 세부담으로 민심이 악화되자, 이를 간부들에게 책임을 돌리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중국국경을 통해 연락이 된 한 북한 소식통은 "요즘 간부들이 수시로 모여 방침전달과 사상투쟁을 벌이고 있는데, 대부분 뇌물과 관련된 내용"이라고 2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그는 "중앙에서 배포되는 통보자료에서 일부 간부들의 부패행위가 폭로되고 있는데, 특히 당창건 기념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 나타난 비리들이 소개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식통은 일부 간부들이 자기네 부서끼리 남포갑문과 묘향산, 용문대굴 등을 관광 다니면서 대낮에 술을 마시고 업무에 빠진 것을 비롯해 여러 건 적발됐다면서 당창건 70주년 행사기간 일탈로 제기된 간부들은 혹독한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일부 간부들은 뇌물을 받고 사람들을 정치행사에 빼주는가 하면, 주민들에게 과도한 세부담을 들씌우는 것도 부패항목으로 제기되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지난 2월 19일 평양에서 열린 당정치국 확대회의에서도 간부들의 부정부패 척결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김 제1비서는 제도도 좋고, 인민들도 좋고, 노동당의 정책도 좋지만 간부들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며 지지부진한 경제책임을 간부들에게 돌려 질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오랜 관행이 되어온 간부들의 부패문제를 새삼 들고 나온 것은 최근 당창건 행사 준비를 하는 과정에 주민들에게 과도한 세부담을 들씌운 결과 생긴 불만을 딴데로 돌리려는 노림수로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최근 자유아시아방송과 연락을 가진 중국에 나온 북한 무역업자는 "지난 몇 년 동안 세부담 때문에 주민들의 고통이 말이 아니다"면서 "이번 행사 준비를 위해 과도한 부담을 들씌우는 김정은에 대한 불만이 싹트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평양시 중구역 일대에 대규모 건설공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중앙에서는 지원을 해주지 않고 전부 간부들에게 자력갱생으로 하라고 지시하고 있다"며 "간부들이 주민들에게 물자조달 부담을 떠맡기자, 불만이 폭증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인민들에게 세외부담을 들씌우는 것은 당과 대중을 이간시키는 이적행위"라고 선을 긋고, 간부들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소식통은 "대규모 건설공사를 국가 지원 없이 자력갱생하라고 하자 간부들도 어이없어 한다"면서 "국가재정이 거덜 난 상태에서 큰 행사를 구상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