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아-북한 문화 교류 협정 ‘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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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불가리아 정부가 최근 북한과 교육·문화 교류 협정을 연장하면서 거센 비난 여론에 직면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에 대한 반감이 불가리아 국민 사이에서 거셌던 탓인데요, 외교부 장관이 직접 나서 해명까지 했다는 군요.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불가리아.

북한에서는 ‘벌가리아’로 부르는 과거 동유럽 공산주의 국가 중 하나입니다.

북한과 올 해로 66년째 외교관계를 이어 오고 있고, 지난 해에는 북한이 주도하는 국제태권도연맹(ITF)의 제18차 태권도세계선수권대회가 수도인 소피아에서 열리기도 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 시간에는 제18차 태권도세계선수권대회 중에서 일부 종목들의 경기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이 경기대회는 지난 7월15일부터 21일까지 불가리아의 소피아에서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북한을 대하는 불가리아의 국민 정서는 거부감이 앞섭니다.

10일 소피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불가리아 정부는 지난 달 중순 북한과 상호 교육·문화 교류 협정을 연장했습니다.

2010년 10월 맺은 협정이 지난 해 말로 3년 기한이 만료됐기 때문입니다.

협정은 북한과 불가리아가 서로 학생과 학자를 교환하고 예술 공연 등 문화 교류를 지속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불가리아 정부가 과거 북한과 맺은 문화 교류 협정을 연장하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자 인터넷과 SNS 등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일었습니다.

공산주의를 벗어던진 불가리아가 왜 북한과 교류를 위해 협정까지 연장해야 하느냐는 겁니다.

급기야 크리스티안 비게닌 외교장관이 직접 나서 이번 조치가 기존 협정을 연장할 뿐이라고 해명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는 특히 협정에 따른 북한과 문화 교류가 ‘제한적’이라며 선을 긋기까지 했습니다.

이미 미국 주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물론 유럽연합(EU) 회원국이기도 한 불가리아에서 북한과 ‘옛 인연’은 점차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교육·문화 분야에 국한된 북한과의 제한적인 교류조차 여론의 반대에 직면하고 있는 건 불가리아뿐만이 아닙니다.

영국의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은 내년 9월 북한에서 연극 공연을 가질 계획이지만 벌써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공연 계획 취소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인권탄압국가에서 사회 지도층을 위한 예술 공연이 무대에 올려지는 데 대한 거부감 탓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