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커트 캠블(Kurt M. Campbell)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 담당 차관보 지명자는 10일 상원 외교위원회가 주관한 인사 청문회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방법으로 6자회담 관련국과 협력을 강조했습니다.
캠블 지명자는 6자회담이 교착 상태에 빠진 데다 지난 4월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고 5월에 2차 핵실험까지 강행하는 등 북핵 문제가 심각하게 후퇴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동북아시아의 긴장이 높아지고 평화와 안정이 위협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캠블 지명자는 북한의 핵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재차 강조하면서 앞으로 차관보직에 임명된다면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 한국과 관계를 강화하며 중국, 러시아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Kurt Campbell: 미국 정부는 북한의 핵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우선 일본, 한국과 외교적인 협력을 강화하고 북한 문제를 직접 또는 다각적인 방법으로 어떻게 진전시켜 갈지 중국과 러시아의 견해를 듣고 검토하겠습니다.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안의 합의와 이행에 적극적으로 검토하겠습니다. 북한이 협상에 복귀할 수 있도록 가능한 수단을 고려하겠습니다.
캠블 지명자는 한반도 정책에 관해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 성 김 6자회담 특사와 함께 팀을 이뤄 가능한 최고의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또 미국 정부는 북한이 협상에 돌아올 수 있도록 문을 열어 놓고 준비하고 있다고 켐블 지명자는 덧붙였습니다.
캠블 지명자가 미국의 한반도 정책을 실무적으로 총괄하는 국무부의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직에 임명되면 오바마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 라인’은 사실상 마무리됩니다.
국무부의 한국과장을 지낸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스탠퍼드대 아태문제연구소 한국학 부국장은 캠블 씨가 동아태 담당 차관보직에 임명되면 당장은 특별한 변화 없이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충실히 이행하리라 본다고 전망했습니다.
David Straub: 커트 캠블 지명자는 경험이 많고 능력 있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이미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정해졌습니다. 캠블 지명자가 차관보직에 임명되더라도 가까운 시일 내에 급격한 대북 정책의 변화는 없다고 봅니다.
스트라우브 부국장은 오바마 행정부가 대북 정책을 우선순위에서 뒤로 두었다기보다 북한을 성의 있게 협상할 대상으로 여기지 않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도 않고 협상에서 북한에 양보하는 일도 미국 내에서 더는 지지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캠블 지명자가 차관보직에 임명돼도 지금의 대북정책을 따라가는 수준에 그쳐 당장 대북 정책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스트라우브 부국장은 내다봤습니다.
실제로 캠블 지명자는 이날 인사 청문회에서 아시아 외교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그동안 북한과 중국에만 집중됐던 외교 정책을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더 확대할 뜻을 내비쳤습니다.
또 발언 시간을 북핵 문제에 많이 할애하기보다 중국의 인권과 기후변화, 버마의 민주주의, 아시아 국가와 경제 협력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폭넓게 견해를 밝혔습니다.
Kurt Campbell: 북한과 중국 등 동북아시아에 중요한 사안이 있지만 이를 넘어 동남아시아로 정책을 확대해야 합니다. 동남아시아에서 중요한 정책을 많이 펼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의회조사국의 래리 닉시 박사도 캠블 지명자가 북핵 문제에 주력했던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와 달리 미국과 동아시아 국가 간의 관계를 회복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Larry Niksch: 캠블 지명자는 업무시간의 20%를 북한의 핵문제에 할애하고 나머지 80%를 시간을 동맹 문제에 주력하리라고 봅니다.
캠블 지명자는 상원 외교위원회 산하 동아시아태평양 소위원회의 주관으로 열린 인사청문회에 2시간 가까이 참석했으며 청문회를 마친 뒤 국무부를 방문했습니다. 의회 관계자들은 캠블 지명자가 무난히 인준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캠블 지명자는 워싱턴의 민간 연구소인 신미국안보연구소(CNAS)의 소장을 맡고 있으며 지난 4월 국무부의 동아태담당 차관보직에 내정됐다 10일에야 인준 청문회에 참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