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당국의 방북 초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당장 방북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카터 전 대통령의 디에나 콘질레오(Deanna Congileo) 대변인은 2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 계획이 당장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President Carter and The Elders have no immediate plans to visit North Korea.)
콘질레오 대변인은 카터 전 대통령을 포함한 전직 국가수반급의 모임인 ‘엘더스(The Elders)’ 회원들이 22일 워싱턴 DC를 방문해 존 케리 국무장관을 만났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카터 전 대통령을 비롯한 엘더스 회원들은 2011년 4월 북한을 방문한 이래 한반도 지역에서 화해를 도모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The Elders visited the Korean Peninsula in April 2011 and have since been working to help promote reconciliation in the region.)
하지만 콘질레오 대변인은 정확히 언제 북한이 카터 전 대통령 측에 초청 의사를 밝혔는지, 또 그 초청 계기나 방북 가능 시기 등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습니다.
카터 전 대통령 측은 지난 5월 카터 전 대통령이 케리 국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방북 의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을 당시에는 북한으로부터 초청을 받지 못했고 또 방북 계획도 없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답한 바 있습니다.
앞서 일본 언론은 23일 카터 전 대통령이 북한 당국의 초청을 받아 평양 방문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그가 방북 여부를 놓고 케리 국무장관, 또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과 협의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 국무부 관리도 2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카터 전 대통령 등과 케리 국무장관이 22일 만나 북한 문제를 비롯한 국제 정세와 관련해 폭넓은 의견 교환을 했다고 확인했습니다.
만일 카터 전 대통령이 방북하게 된다면 북한에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 씨의 석방 등 인도주의적 현안을 논의하고 북한 핵문제와 관련된 의견도 교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미국 내 대표적인 대북 대화론자로 과거 세 차례 북한을 방문했던 카터 전 대통령은 올해 초 한 연설에서 미북 간 협상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수년 동안 미국은 북한과 진정한 대화의지가 없었습니다. 오바마 정부가 들어선 이후 북한과 제대로 협상한 적이 없습니다.
한편 북한 당국은 최근 미국과 조건 없는 고위급 대화를 제의하고 카터 전 대통령을 초청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미북 간 접촉을 위한 여러 유인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알려진 매체 ‘조선신보’는 이달 초 북한 특별교화소에서 수감 생활을 하는 케네스 배 씨의 근황을 이례적으로 보도했고, 북한 당국은 지난주 배 씨가 미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편지를 보내 자신의 석방을 도와달라고 호소하도록 허용하기도 했습니다.
또 지난 주말 한국전 당시 미국 해군 조종사였던 토머스 허드너 씨와 미국 언론인을 북한에 초청해 평안북도에서 미군 유해 발견 사실을 전한 것도 북한 내 미군 유해 발굴 사업을 통해 미북 접촉을 재개하려는 북한의 의도를 나타낸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측은 북한의 이 같은 미북 접촉 유인책과 대화공세에도 불구하고 원칙적 대북 접근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미국 국무부의 대니얼 러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는 22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먼저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야 북한과 협상할 수 있다는 미국의 기존 입장을 거듭 천명했습니다.